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을 놓고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면서도 독점적 지위로 여러 문제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 워크숍에서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며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정위가 전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제정책 워크숍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
한국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특정 기업에 투자를 집중했다고 바라봤다. 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성공하면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과 같은 ‘재벌’로 발돋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벌이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에 따라 막강한 경제권력을 지니게 되면서 정치, 종교, 언론, 이데올로기 문제 등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엔 총수 일가가 기업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오너’였지만 지금은 5% 내외를 소유해 사실상 소수주주”라며 “이들이 순환출자 등으로 기업집단 전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다른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한국의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도 소개했다.
공정위는 설립 초창기에는 경쟁 자체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지만 경쟁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경쟁법 집행으로 방향을 옮겼다고 봤다. 그 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의 규제 등으로 업무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기업법과 상법 등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정위가 재벌문제를 다루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에서 출발해 시장경제를 꽃피우는 모범사례를 만드는 데 힘썼고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도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며 “세르비아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