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도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쓰는 차량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SK가스와 E1은 국내 LPG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LPG차량 보유 규제가 완화돼 LPG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혜가 예상된다.
▲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구자용 E1 대표이사 회장. |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찬성 236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이 최종 공포되면 일반인들도 제한 없이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가유공자, 장애인, 렌터카회사, 택시회사들만이 LPG차량을 이용했고 일반인들은 다목적 LPG 승용차(RV)와 5년 이상의 중고 LPG 승용차만을 쓸 수 있었다.
차량 연료용 LPG인 부탄은 휘발유나 경유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 LPG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3월 첫째 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350.31원, 경유 가격은 1250.34원으로 집계됐는데 부탄 가격은 797.9원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LPG차량 등록대수가 282만2천 대, LPG 소비량이 367만3천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말보다 차량 등록대수는 72만 대, 소비량은 36만 톤 늘어나는 것이다.
LPG차량 등록대수는 2010년 245만9천 대에서 2018년 205만3천 대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감소세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업계는 일단 환영한다.
SK가스 관계자는 “완성차회사들이 LPG차량에 얼마나 역량을 투자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도 “이번 규제 완화로 LPG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것만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PG차량의 증가는 LPG 소비 증가로 직결되는 만큼 SK가스와 E1의 수익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두 회사만이 LPG 수입을 맡고 있다.
SK가스와 E1은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LPG시장에서 각각 28.9%, 21.8% 점유율을 보였다. 정유사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해 화학사업으로 소비하는 LPG를 제외한다면 SK가스의 시장 점유율은 45.4%, E1의 점유율은 24.1%까지 높아진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공시하는 부탄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SK가스와 E1은 수익을 확대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아람코가 공시하는 부탄 가격은 2018년 12월 톤당 415달러에서 2019년 3월 톤당 520달러까지 올랐다.
SK가스는 LPG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어나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금 마련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조5천억 원을 들여 울산에 가스복합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를 건설하기로 했다.
또 SK가스의 자회사 SK어드밴스드는 화학회사 폴리미래와 손잡고 2021년까지 5천억 원을 들여 울산에 40만 톤의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SK어드밴스드는 LPG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1년에 60만 톤의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가스화학회사다.
E1은 LPG 소비량 증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SK가스보다 큰 만큼 이번 규제완화의 시행을 더욱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1은 사실상 LPG 유통사업만을 진행하는 단일사업회사다. 나프타 판매 등의 사업도 있지만 2018년 기준으로 LPG 유통사업이 매출 전부를 담당했다.
E1은 2018년 부탄 수입가격의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영업이익 140억 원을 거뒀는데 2017년보다 영업이익이 85% 줄었다. LPG 수요 증가는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