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9-03-06 14: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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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에 상장한 대표기업들이 연이어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면서 코스닥시장을 향한 부정적 평판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를 개발하고 코스닥 대표기업 활성화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 활발해지는 코스피 이전상장, 코스닥시장 위축 불러오나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들의 코스피 이전상장이 올해 초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더블유게임즈(위)와 포스코켐텍 기업로고.
지난해 2월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옮긴 데 이어 올해 더블유게임즈(코스닥 시가총액 26위), 포스코켐텍(코스닥 시가총액 5위)도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1996년 7월 코스닥시장이 문을 연 뒤 지난해까지 코스닥 상장사 93곳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했다.
아시아나항공과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 네이버(당시 NHN), 에이블씨엔씨, 하나투어, 한국토지신탁 등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대표적 종목들로 꼽힌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은 이전상장 사례가 없었다가 2016년 한국토지신탁과 동서, 2017년 카카오, 2018년 셀트리온 등 코스닥 종목들이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쉬지 않고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2004년 KTF, 2008년 NAVER(당시 NHN),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 2016년 동서, 2017년 카카오, 2018년 셀트리온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의 대형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기면서 코스닥이 코스피의 하위 시장으로 위상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은 IT·기술기업 중심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코스닥에 남아있을 유인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 상장사의 이전상장은 코스닥시장의 부진한 성과와 코스피 대비 저평가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며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시장이라는 코스닥시장의 부정적 평판이 IT·기술기업 중심 시장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대형 기업의 이전상장이 코스닥지수의 수익성을 악화하면서 또 다른 코스닥 대형 기업의 이전상장을 유발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활성화라는 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코스닥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계속되는 이전상장은 코스닥시장의 투자자와 상장기업의 기반을 위축하고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 유치 위해 분주
한국거래소는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코스피와 코스닥 우량종목 300종목으로 꾸려진 통합지수 ‘KRX300’을, 지난해 6월 코스피와 코스닥 대표 중형주 통합지수인 ‘KRX Mid200’을 각각 내놓기도 했다.
▲ 길재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코스피 흐름과 코스닥 흐름을 동시에 반영하는 지수를 통해 코스피시장의 기관투자자 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1년 동안 ‘KRX300’과 ‘KRX Mid200’의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거래소는 이 지수를 벤치마크지수로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는 등 관련 파생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코스닥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코스닥 활성화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길재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은 2월 신년간담회에서 “미래전략 태스크포스팀은 코스닥시장의 부족한 점으로 중요하게 얘기되면서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코스닥 대표기업 육성방법이나 대표기업들의 글로벌 기업화 방안 등 중장기적 사항에 관해 기획, 연구, 조사 등을 진행하고 구체적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더욱 활발하게 상장할 수 있도록 공시 및 회계관리 교육 등을 제공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코스닥의 부실기업 관리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춰 많은 혁신기업들이 더욱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퇴출요건은 더욱 엄밀하게 살피는 방식이다.
길 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은 대표기업이나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 등 긴 호흡의 장기 투자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비중을 14%대에서 25%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을 질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