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카드회사 가운데 처음 시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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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3월31일 서울 한 은행의 창구에서 직원이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
KB국민카드는 만 55세부터 연봉을 직전의 50%로 깎는 대신 정년을 만 60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인 직원 5명 가운데 4명은 이미 만 55세를 넘어 이 제도를 곧바로 적용받는다.
임금피크제는 특정 연령에 이른 직원의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 그동안 역사가 긴 은행권이 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현재 외환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올해 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도 검토단계에 있다.
카드, 보험, 증권회사들은 그동안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금피크제 실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정년연장법에 따라 2016년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정년이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바뀌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2016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만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만 60세 정년까지 매년 10%씩 임금을 줄인다.
하나카드와 신한카드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현재 임금피크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 LIG손해보험이 2012년부터 만 55세 정년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자 이에 맞춰 임금피크제 시행방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삼성화재도 임금피크제를 지난해 6월 도입했다. 만 55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만 56세부터 매년 임금을 10%씩 줄이는 방식이다.
동부화재는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화재와 같은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 이밖에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등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 신한금융투자가 2011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만 53세 이상인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NH투자증권도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은 현재 만 55세부터 만 58세까지다. NH투자증권은 2016년부터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나자 제도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6년부터 정년을 만 60세로 늘리면서 임금피크제를 함께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 임금피크제 시행을 권장하면서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금융기관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만든 자금으로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게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