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9-03-04 13: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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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이 BGF그룹의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인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그동안 한눈을 팔지 않고 본업인 편의점사업에만 집중해왔는데 장남인 홍 부사장은 헬로네이처 등을 통해 BGF그룹의 새 길을 찾고 있다.
▲ 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
4일 BGF그룹에 따르면 헬로네이처가 올해 2018년보다 매출을 2배 이상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BGF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신선식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이 2018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체적 매출목표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헬로네이처가 2018년 매출 163억 원가량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매출목표로 300억 원 이상을 제시한 셈이다.
헬로네이처는 BGF그룹 지주사인 BGF가 지난해 6월8일 300억 원을 투자해 SK플래닛으로부터 경영권 지분 50.1%를 확보한 온라인 신선식품회사다. 헬로네이처는 BGF그룹과 SK플래닛을 주주로 둔 합작회사가 됐다.
헬로네이처 성과는 홍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잣대로도 여겨진다.
홍 부사장은 한 살 아래 동생인 홍정혁 상무와 함께 BGF그룹의 3세경영 승계후보로 꼽힌다. 홍 부사장과 홍 상무의 BGF 지분율은 아직 1%에 못 미쳐 미미하다.
홍 부사장은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인데 2017년 10월 이뤄진 2018년도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섰는데 헬로네이처는 홍 부사장이 승진한 해에 본격화한 신사업이다.
홍 부사장이 오정후 헬로네이처 대표이사에 힘을 실어주고 헬로네이처 성장전략을 짜는 것으로 파악된다.
홍 부사장은 현재 BGF에서 전략부문장과 BGF리테일의 경영지원부문장을 둘다 맡고 있다. 전략부문은 BGF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 대표는 전략부문 산하 BGF의 전략기획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오 대표는 2016년 BGF그룹에 발을 들인 외부 출신으로 홍 부사장의 신임을 얻어 헬로네이처에서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부사장은 BGF가 SK플래닛으로부터 헬로네이처 지분을 인수하고 SK플래닛,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는 자리에는 물론 최근 헬로네이처가 부천에 물류센터를 여는 자리에도 오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헬로네이처가 앞으로 BGF리테일의 편의점CU와 SK그룹의 11번가 등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판매길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전략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BGF그룹은 2018년 헬로네이처 지분을 인수하며 향후 5년 안에 헬로네이처를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전국에 가장 많은 점포를 두고 있는 편의점업계 1위 회사다. 오프라인 매장이 전국에 촘촘하게 깔려 있고 물류센터도 구비되어 있는 만큼 헬로네이처의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 헬로네이처 로고.
11번가는 지난해 별도법인으로 독립한 SK그룹의 이커머스회사인데 신선식품 외에도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있어 헬로네이처와 상품기획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다.
BGF그룹 관계자는 “헬로네이처가 탄탄한 기초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SK그룹과 구체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짤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SK그룹이 정보통신기술과 고객 빅데이터를 갖추고 있는 만큼 협력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헬로네이처의 성장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헬로네이처는 경쟁사인 마켓컬리와 함께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시대를 열었지만 매출규모는 마켓컬리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쳐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말도 돈다.
더욱이 온라인 신선식품시장의 경쟁강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신흥강자인 마켓컬리는 배우 전지현씨를 앞세워 강력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쿠팡과 신세계그룹까지 온라인 신선식품사업을 본격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켓컬리나 헬로네이처가 차별화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이마트 등 강자에게 위협요인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마트는 이미 고급 신선식품 매장을 갖추고 있어 온라인에서도 고급 신선식품군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인 만큼 마켓컬리, 헬로네이처는 단기적 위협요소일 뿐”이라고 바라봤다.
이렇게 되면 헬로네이처가 흑자전환 시점을 앞당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
헬로네이처는 2016년과 2017년에 모두 70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되는데 지난해에도 적자기조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BGF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신선식품시장이 아직 초기단계라서 다른 사업자들도 아직은 투자기에 머물러 있다”며 “헬로네이처를 긴 호흡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