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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 대법원으로부터 출석 명령을 받았다.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2002년 두바이 법인에서 일어난 사건이 12년 뒤 이 회장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각) 인도 대법원이 이건희 회장에게 6주 이내에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인도에서 140만 달러 상당의 지불금과 관련해 법정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 회장이 6주 안에 뉴델리 근처의 가지아바드 지방법원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인도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회장은 인도 입국 시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
삼성은 “이번 소송이 두바이에 있는 삼성 법인을 대상으로 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기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2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현재 도피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은 “원고가 이번 사기에 사용된 어음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번 소송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무려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두바이에 있는 삼성전자 중동법인인 삼성걸프는 137만 달러 상당의 하소 코크스를 뉴델리에 본사를 둔 JCE 컨설턴시로부터 주문했다. 하소 코크스는 알루미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다.
JCE 컨설턴시에 따르면 삼성걸프를 대신해 Sky Impex라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회사가 자신들과 계약을 맺고 물품을 샀다. 삼성걸프는 JCE 컨설턴시가 승인한 물품 구입을 위해 Sky Impex에 환어음을 지급했다. 환어음은 어음 발행인이 지명인에게 만기에 일정금액을 수취인에게 지급하도록 위탁한 증권이다. 삼성걸프는 환어음 발행으로 Sky Impex를 통해 JCE 컨설턴시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Sky Impex 관계자가 위조된 어음을 JCE 컨설턴시로 넘긴 것이다. JCE 컨설턴시는 자신들이 확보한 140만 달러짜리 삼성걸프 법인 명의의 어음을 들고 삼성걸프를 찾아가 교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걸프는 어음이 위조된 사실을 발견하고 교환을 거부했다.
JCE 컨설턴시는 2005년 이 회장과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상대로 인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걸프가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10년간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2012년 인도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이 회장의 출석을 요구하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자국 기업인 JCE 컨설턴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삼성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과 해당 소송 사이에 직접 관련이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 인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삼성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삼성걸프 역시 위소 어음 사기사건의 피해자인데 인도법원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이 회장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 회장이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인도 현지 법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