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품의 지식재산권(IP)을 장르가 다른 영상 콘텐츠로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방식이다.
▲ 네이버웹툰 연재 작품 '비질란테'의 한 장면.
25일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에 따르면 2019년 네이버웹툰 작품 ‘비질란테’를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배우들을 기용해 같은 세트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찍는 방식이다.
이런 제작방식은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흥행에 실패했을 때 위험 부담도 크다.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은 이미 웹툰 원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검증받은 지식재산권의 힘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는 네이버웹툰 원작 영화 ‘신과함께’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해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개봉하면서 ‘쌍천만 영화’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신과함께 1편과 2편은 역대 웹툰 원작 영화 가운데 가장 흥행한 영화이기도 하다.
웹툰의 성공이 반드시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재와 캐릭터, 이야기에 관한 시장의 반응을 어느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비질란테는 어린 시절 동네 건달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경찰대학 학생 ‘김지용’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그린 웹툰이다. 범죄자들에게 법 집행이 때로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부조리를 꼬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대표는 스튜디오N을 통해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권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의 제작, 기획, 투자, 배급까지 콘텐츠사업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 대표는 2018년 9월 취임 뒤 “기존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와 협력하는 지식재산권회사로 새로운 상생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웹툰 원작 영화는 제작사가 웹툰 지식재산권 판권을 사서 알아서 영상콘텐츠로 기획하고 개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스튜디오N은 영화와 드라마화하기에 적합한 네이버웹툰 지식재산권을 내부에서 기획·개발해 여러 제작사들과 공동제작한다.
어떤 작품은 영상화작업 초기 단계부터 기존 제작사가 참여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작품은 감독까지 스튜디오N 내부에서 정한 뒤 제작대행만 기존 제작사에 맡길 수도 있다.
스튜디오N 자체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회사인 셈이다.
네이버웹툰은 2018년 8월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세우고 권 대표를 초대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권 대표는 콘텐츠사업 강자로 꼽히는 CJENM에서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지냈다. CJENM의 영화사업을 이끌며 업계에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아온 전문가다.
영화 ‘명량’을 비롯해 ‘국제시장’과 ‘베테랑’ 등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국내 영화 여러 편의 투자와 마케팅, 배급 업무를 총괄했다.
권 대표는 2018년 9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영화와 드라마라는 다른 장르를 결합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비질란테로 이를 실행에 옮긴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또 다른 가능성에 도전하는 셈이다.
스튜디오N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영화와 드라마 등 장르를 구분해서 즐기기보다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장르 구분 없이 즐기는 추세"라며 "스튜디오N은 '비질란테'라는 재미있는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스튜디오N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의 융합(컨버전스)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동시제작을 통해 출연 배우들의 스케줄과 제작비 집행 등 부분이 유연해질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점도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