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의 태양광부문은 2018년 영업적자를 냈는데 선진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고효율 제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더욱 강화해 올해 흑자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22일 한화케미칼에 따르면 태양광 셀 생산시설의 단결정 셀 생산비중을 높이기 위한 생산라인 전환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앞서 20일 연 2018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고효율 단결정 셀 생산 비중을 올해 안으로 80%까지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생산라인을 고효율 단결정 셀 생산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큐셀 두 자회사를 통해 8.4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셀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기가와트 이상의 생산능력을 고효율 단결정 셀 생산에 쓰겠다는 것이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자회사 한화큐셀은 고효율 제품을 앞세워 태양광 선진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태양광 최고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8개국과 호주에서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올라 있으며 독일, 미국, 일본에서는 태양광 모듈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시장 점유율이 경쟁사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유럽의 태양광시장 조사기관 EuPD리서치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2018년 독일의 태양광 모듈시장에서 11.5%의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우드맥킨지는 한화큐셀의 미국시장 점유율을 19%로 집계했다.
태양광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상황인데 한화케미칼은 기술 경쟁력이 입증된 고효율 제품의 생산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모듈 제조 기술인 '하프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프셀 기술은 태양광 셀을 반으로 잘라 모듈의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출력을 높이는 기술로 고효율 제품 수요가 높은 선진국에서 구매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1분기 안에 미국의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공장이 상업생산을 시작하는데 이 공장의 생산능력 전부를 고효율 단결정 제품을 만드는 데 쓰기로 결정했다.
이는 여전히 신흥국에서 수요가 상당한 다결정 셀시장을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점에서 한화케미칼에는 큰 전략 변화다. 한화케미칼은 2018년 기준으로 8.4기가와트의 태양광 셀 생산능력 가운데 5기가와트를 다결정 셀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태양광시장 조사기관 PV인사이트(PVInsights)는 “멕시코와 인도 등 태양광 신흥시장에서는 다결정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글로벌 태양광시장에서 고효율 단결정 제품은 한동안 가격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한화케미칼이 이처럼 전략 수정을 결정한 것은 고효율 제품시장에서 그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석탄화력발전의 전력 생산단가가 비슷해지는 ‘그리드패러티’를 달성한 나라들에서 고효율 제품의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독일과 미국 등 태양광 선진국들은 이미 태양광발전의 전력 생산단가가 석탄화력발전의 전력 생산단가보다 낮고 글로벌 최대 태양광 수요처인 중국은 두 발전의 전력 생산단가가 비슷한 상태에 도달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네덜란드,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일본, 중국, 프랑스, 호주 등 한화큐셀이 고효율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 나라들은 2019년 태양광 수요가 모두 더해 70기가와트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9년 글로벌 태양광 수요로 예상되는 120기가와트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한화케미칼은 이 시장들에서 고효율 단결정 제품의 판매를 크게 늘려 올해 태양광사업의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케미칼은 2018년 태양광부문에서 영업손실 107억 원을 냈다.
미국이 지난해 1월 해외 태양광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하고 중국이 2018년 6월부터 태양광 보조금 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타격을 받았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화큐셀 제품 선호도가 높은 태양광 선진국에서 고효율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태양광사업의 전략을 수정했다”며 “올해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도 진행되는 만큼 태양광사업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