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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물려 받으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곳의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확보할 경우 경영권 승계와 순환출자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제외하면 기아차 1.7%, 현대엔지니어링 11.7%, 이노션 10%,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47%가 전부다.
정 부회장은 이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거나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할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정몽구 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6.96%, 현대차 5.17%, 현대제철 11.8%, 현대글로비스 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3일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1조5천억 원, 현대차 1조9천억 원, 현대제철 1조 원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 지분가치만 따져도 4조5천억 원가량이다.
◆ 정의선 1조 원 현금확보 어디에 쓸까
최근 증권업계와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곳은 현대글로비스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처분하고 남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년 동안 매각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어 당분간 처분할 수 없다.
정의선 부회장은 당시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7427억 원을 수중에 넣었다. 지난해 이노션 지분을 매각해 이미 3천억 원도 손에 쥐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금액까지 합치면 1조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 놓았다.
정 부회장이 이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1조 원을 모두 투입한다고 할 때 현대모비스 지분 4.2%를 사들일 수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실적을 개선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도 상장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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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3일 미국 디트로이트 '2015 국제 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선보이고 있다. |
◆ 주목받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행보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뒤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더 늘릴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시장 시가총액은 13일 종가 기준으로 5조6500억 원가량이다. 현대건설 시가총액은 13일 기준으로 6조5천억 원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며 “어떤 방법이 되든 현대엔지니어링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연내상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이 우선 이노션 상장에 집중하고 이노션 상장을 마무리한 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노션의 경우 현재 상장작업이 진행중인데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최대 2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10% 전량을 내놓을 경우 약 2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지분 40%,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의 활발한 사업구조 개편의 의미
현대차그룹은 사업구조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결정했다. 2013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사업의 합병에 이어 회사를 통째로 합치는 것이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합쳐질 경우 매출 21조 원, 시가총액 10조 원 규모의 회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경우 현대제철에서 사내이사를 연임하며 품질을 담당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자동차부품 계열사 현대위아와 현대메티아, 현대위스코를 합병하기도 했다.
현대위아는 합병을 통해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완제품 생산뿐 아니라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가 보유한 파워트레인 기초부품 소재 생산과 가공역량까지 갖추게 됐다.
합병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위아의 지분을 처음으로 확보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위스코 최대주주로 지분 57.87%를 보유했는데 합병이 성사된 후 현대위아 지분 1.95%를 확보했다.
정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13일 기준으로 700억 원가량의 자산을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씨엔아이도 합병했다. 합병에 따라 정 부회장이 20%, 정몽구 회장이 10%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도 높아졌다.
현대오토에버가 자동차부문 전산회사에서 벗어나 현대건설의 전산업체인 현대씨엔아이와 합쳐지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