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반도체 증설투자를 크게 줄이는 대신 90단 이상의 5세대 3D낸드 공정 전환에 투자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3D낸드 중심의 공정 전환은 삼성전자가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반도체 경쟁사와 기술을 차별화하고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일 "90단 이상의 고용량 3D낸드 생산 원가가 개선돼 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며 "반도체시장에서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안에 5세대 3D낸드의 원가가 4세대 3D낸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서버와 PC에 사용되는 SSD의 고용량화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5세대 3D낸드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5세대 3D낸드는 이론적으로 4세대(64단) 3D낸드와 비교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일 수 있어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삼성전자를 뒤따라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5세대 3D낸드의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으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기업도 기술 개발을 마치고 본격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새 반도체공정 특성상 실제로 원가 절감 효과를 보려면 생산 수율을 안정화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에 증설투자를 벌이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업황이 공급과잉과 경쟁 심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반도체 출하량 증가를 자제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원가 절감 능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5세대 3D낸드의 생산 비중을 확대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3D낸드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하는 증설투자를 벌이는 대신 기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5세대 3D낸드로 전환하는 투자에 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세대 3D낸드를 처음 양산할 때도 신규 투자를 벌이는 대신 기존 낸드플래시 공장을 전환해 생산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전략을 썼다.
낸드플래시업황이 지난해 초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선제적으로 전환투자에 나섰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4세대 3D낸드 양산을 확대하자 삼성전자가 기존의 3세대(48단) 3D낸드와 2D낸드 공정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점도 전환투자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결국 삼성전자가 현재 주력으로 삼는 4세대 3D낸드 공정을 제외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대부분 5세대 3D낸드로 전환하는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1분기에도 큰 폭으로 하락해 생산원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부터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512기가 이상의 낸드플래시 탑재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증가 전망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 5세대 3D낸드 공정 기반의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
삼성전자가 5세대 3D낸드를 중심으로 전환투자를 벌이는 일은 기존 낸드플래시 공정의 수익성 부담을 낮추고 고용량 메모리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영업손실 1조 원 이상을 볼 것으로 추정돼 3D낸드 시설 투자를 확대하기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기업은 5세대 3D낸드의 기술력과 생산 수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어 단기간에 생산 비중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삼성전자가 장기간 5세대 3D낸드시장을 주도하며 서버와 스마트폰, PC 고객사들의 고용량 메모리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반도체 실적 방어에 차별화된 성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세대 3D낸드의 생산 비중과 투자 계획에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올해 상반기부터 생산 비중을 빠르게 높여 주력 공정으로 삼으며 고용량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