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부문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LG화학은 석유화학업황 악화로 주력사업인 기초소재부문의 이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전기차의 차량 경량화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6일 LG화학에 따르면 LG화학은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진행되고 있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노무라증권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을 인수하면 LG화학은 급성장하는 전기차시장에 대응하는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기초소재부문의 수익 개선도 가능해진다.
최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자동차 경량화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차량 경량화의 핵심은 내장재 및 기타 부품의 무게를 줄이는 것보다 엔진 관련 부품의 소재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 데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 부문에서 생산하는 폴리아미드가 바로 그런 소재다.
일본 경제연구기관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수요는 2014년 800만 톤에서 2020년 1천만 톤까지 늘어나며 연 평균 3.9%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이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부문을 인수하면 기존 전기차 배터리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폴란드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증설에 6513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유럽에서 사업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부문에는 바스프의 유럽 현지 영업 네트워크가 모두 포함돼 있다. LG화학이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회사들과 관계를 넓혀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LG화학이 새 시장에 진입하면서 느껴야 할 부담감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부문이 생산하는 폴리아미드는 세계적으로 생산회사가 적다.
국내에서는 코오롱플라스틱만이 폴리아미드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또한 바스프와 만든 합작회사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을 통해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LG화학은 이전부터 기초소재부문의 미래 전략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서 찾고 있었는데 '바스프 인수전'에서 성공하면 이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중국 화난 공장에 1억 달러를 들여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생산량을 15만 톤 늘리는 계획을 2018년 12월 마무리했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은 자동차 내·외장재의 경량화 소재로 LG화학이 글로벌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제품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여수에 2조 6천억 원을 들여 2021년까지 80만 톤의 나프타 분해설비와 80만 톤의 폴리올레핀 생산설비를 짓기로 했다. 폴리올레핀도 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며 완성차의 무게를 줄여주는 소재로 수요 전망이 밝다.
기초소재부문 강화를 위해 LG화학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자동차용 접착제회사 유니실을 인수하기도 했다. 유니실의 자동차용 접착제는 차체를 조립할 때 나사나 용접 대신으로 쓰여 차량 경량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