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9-02-01 17: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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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놓고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삼성중공업도 제안서를 받긴 했지만 인수에 뛰어들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쉽게 포기하자니 남주기에는 '아까운 떡'이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일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점치고 있다.
지난해 매각설이 돌 정도로 삼성그룹 내 입지가 약한 처지에서 인수자금 등을 지원받기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사업구조를 조정하면서 전자에 이어 바이오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EPC(설계, 자재구매, 시공) 계열사들은 중심에서 비껴나 있다.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묻기 위해 접촉했을 때도 삼성중공업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삼성중공업에 인수제안서를 전한 것 역시 사실상 수의계약 논란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중공업과 이미 얘기를 끝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인수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중공업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선업계는 3사로 힘이 나뉘어 있었는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1강 1중’이 아니라 ‘1강 1약’ 체제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 수주잔고를 보면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에서 비중 13.9%, 대우조선해양이 7.3%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면 점유율이 21.2%까지 늘어나게 된다. 5위 삼성중공업(5.9%)보다 4배 가까이 높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약해져 결과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삼성그룹에서 삼성중공업을 계열사로 계속 들고 갈지를 놓고 불확실하게 보는 시각도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이런 불확실성은 현대중공업의 시장 지위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뛰어난 원가 경쟁력이 장점인데 대우조선해양이 가세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LNG운반선의 '완전 재액화' 기술을 놓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인수가 이뤄지면 서로 기술을 공유하고 중복투자도 피할 수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이 이번 일로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가 빅2체제로 개편되면 공급과잉 이슈가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삼성중공업도 선박 수주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어차피 조선3사는 기술력이 비슷한 데다 가진 도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주들의 발주물량은 삼성중공업에게도 돌아가게 된다"며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재편으로 추가적 비용을 쓰지 않고 덕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기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부담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덜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정부가 조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중공업에 인수 참여를 요청하면 이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미 현대중공업과 협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오롯이 사업적 측면에서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부를 검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1월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련한 조건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이 한 달 내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3월 본계약을 체결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인수제안서를 검토 중이고 구체적 의향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