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는 대상에서 빠졌다. ‘10%룰’에 따른 단기 매매차익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왼쪽)을 비롯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들이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경영참여형 주주권은 사내이사 해임, 사외이사 신규 선임, 정관이나 자본금 변경 등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제안할 권한을 말한다.
다만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 가운데 정관 변경만 요구하기로 했다.
한진칼이 한진그룹의 지주사 격인 점을 감안하면 총수 일가의 ‘갑횡포’와 배임 혐의로 논란에 오른 한진그룹 계열사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풀이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권을 최소한 행사하는 차원에서 정관 변경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모회사나 자회사를 대상으로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등기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요청한다.
박 장관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재판 진행도 지켜봐야 한다”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한진칼 등기이사에서) 결원됐다고 보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는 안건은 의결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10%룰’을 감안한 조치다.
10%룰은 특정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결정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을 사고판 지 6개월 전후에 생긴 단기 매매차익을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은 7.34%만 소유해 10%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박 장관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는 근본 목적이 국민연금의 수익성 높이기인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 사태가 더욱 나빠지면 단기 매매차익을 포기하고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지만 그럴 단계는 아직 아니다”며 “경영참여가 아닌 주주권 행사 내용은 다음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 점이 앞으로 스튜어십코드 이행의 지침이 되는지 질문받자 박 장관은 “다른 기업에서 대한항공과 비슷한 상황이 생겨도 같은 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 기업에 상황에 맞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르겠다”고 대답했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의사결정을 자문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주주권 행사에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 뒤 2월 안에 기금운용위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