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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오 델 모나코와 카라얀의 오텔로는 베르디의 웅장하고 낭만적인 오페라를 잘 표현한 명반으로 꼽힌다. |
길을 걷다가 보면 벚꽃이 활짝 피어있고 4월 중순으로 다가감에도 날씨는 봄을 만끽할 틈을 주지 않는 듯하다.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기분도 드니 말이다. 이러다가 어느새 여름으로 갑자기 바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야구나 축구를 보는 것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대학시절, 그라마폰이라는 음반잡지를 우연히 구독하게 되었다. 거기 맨 뒤 페이지에 항상 작품별 최고평점을 받은 명반들이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그 명반들을 하나둘씩 구입해서 들어보다가 여기에 아주 흥미를 느껴서 클래식명반 수집은 내 평생의 취미생활이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매 주말이면 친구와 함께 종로나 광화문, 압구정의 레코드가게로 클래식음반을 구입하러 다니곤 했었다. 잡지에서 소개한 음반을 듣고 나서 욕심이 더 생겨서 같은 곡의 다른 음반들도 구입해서 비교감상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물론 요즈음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레코드 가게에서 여유롭게 음반을 고를 시간도 별로 없거니와 지휘자가 곡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먼저 들어가 버리면 일종의 선입견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뭐 사실 음반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곡은 더 구입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에 기본적인 클래식 음반구매 요령을 알려드렸다. 음악적 색채가 뚜렷한 작곡가의 작품을 듣고 싶을 경우 일단 작곡가와 같은 나라나 지역 출신의 지휘자를 선택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그런데 오페라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가격이 일반 음반가격의 배로 차이가 난다. 보통 CD 두세 장이 들어가니까 말이다.
일단 오페라 음반을 고르는 법도 기본적으로 작곡가와 같은 지역 출신의 지휘자를 선택하는 것은 맞다. 예를 들어 필자는 프랑스 출신 작곡가 비제의 카르멘 음반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플라송 지휘의 음반을 최고로 친다. 특히 이 음반은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초로 미카엘라와 카르멘을 동시에 소화해 낸 게오르규가 타이틀 롤을 맡고 알라냐가 돈 호세를 훌륭하게 노래하여 더욱 유명하다.
그런데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고를 때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음반 또한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자도 고민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휘자나 성악가에 대한 기본지식이다.
오페라 극장에서 근무했던 지휘자인가 아닌가. 지휘자의 성향이 이 오페라와 맞는가. 또한 이 성악가의 성향, 그리고 음역이나 음색이 이 오페라와 잘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사전지식으로 공부를 해야만 좋은 오페라 음반을 단번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디의 오텔로 음반을 예로 들어보자. 대본가이자 작곡가였던 보이토의 설득으로 다시 오페라를 작곡한 베르디의 최고의 걸작 중 걸작인 오텔로는 주인공의 성격답게 음악이 아주 웅장하면서도 낭만적이다.
혹자는 베르디가 바그너를 너무 의식해서 무겁게 작곡했다고도 말을 하지만 1막 데스데모나와 오텔로의 이중창, 그리고 극의 종반 마지막 피날레 장면을 듣고도 눈물을 흘렸으면 흘렸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베르디의 오텔로는 보통 두세 개를 명반으로 꼽는다. 하나는 마리오 델 모나코 주역에 카라얀 지휘 음반, 존 비커스 주역에 툴리오 세라핀 지휘 음반,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 주역의 정명훈 지휘 음반이다.
델 모나코는 그의 소리 자체가 오텔로라고 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영웅적이다. 존 비커스도 마찬가지다. 플라시도 도밍고도 어차피 극 고음이 나지 않는 이상 최고의 드라마티코이고 말이다. 거기에 지휘대 위의 오텔로 카라얀(그도 오페라극장 출신이다),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였던 툴리오 세라핀, 그리고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정명훈이라니. 이 세 음반은 꼭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이제 조금 감이 오실 수도 있겠다. 정리해 보자. 일단 그 오페라의 내용과 주인공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그 다음 성악가의 소리가 이 오페라와 얼마나 잘 맞느냐를 판단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이 이런 장르의 오페라와 잘 맞아떨어질 법한가를 고려해서 음반을 구입해 보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초심자가 이렇게 공부해서 고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 조금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지휘자가 오페라 극장에서 지휘경험이 많은 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거의 30여년을 지휘한 제임스 레바인의 음반이 그래서 어떤 작품이라도 중간 이상은 간다.
밀라노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이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도 마찬가지지다. 물론 아바도의 뒤를 이은 스칼라의 제왕 리카르도 무티는 항상 작곡가의 오리지날 버전 악보를 사용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 성악가에게 원했던 고음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사실 두세 장의 CD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오페라 음반을 구입할 때 꽤 망설이게 된다. 또한 그 긴 오페라를 다 듣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요한 곡들을 하나의 CD에 담은 하이라이트 음반들도 많이 있으니 혹시 가격이나 길이가 부담되는 분들은 하이라이트 음반을 구입해서 먼저 들어보길 권한다.
음원사이트나 유투브 등으로 음원이나 영상물을 쉽게 소비하는 시대에 음반구매 팁을 알려드리는 것은 조금 뒤쳐진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음반을 평생 소장해서 듣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의미 있고 또 낭만적인 일이다. 음원은 지우면 그만이지만 음반은 최소한 그것보다 더 소중하다.
|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