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상당 기간 미뤄지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와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에 관해 1조8천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매각대금은 최대 1조8천억 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되며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은 71%로 낮아진다.
아람코는 현재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로 이 회사 지분의 63%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사들이면 현대오일뱅크를 에쓰오일의 계열사로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 19.9%까지만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 원으로 산정해 주당가치 3만6천 원 수준에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현대오일뱅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아람코는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현대오일뱅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하려고 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미뤄졌는데 이번 계약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전 기업공개(Pre-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연기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1위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투자했다는 점에서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석유화학, 유전 개발, 윤활유사업 등 여러 신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이번 협약 이외에도 조선, 엔진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두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짓는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엔진 합작법인도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 사업 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 확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