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8K LCD TV를 먼저 시장에 내놓는 방향으로 출시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다.
애초 8K LCD TV보다 8K 올레드 TV를 빨리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최근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TV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8K LCD TV에 힘을 실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5일 LG전자에 따르면 8K TV 출시 전략을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출시 시기는 수시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8K 올레드 TV가 먼저 나올지 LCD TV가 먼저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상황과 고객 수요에 따라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8K 올레드로 먼저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었는데 전략 선회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8K TV를 앞세워 새로운 TV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어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장 지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8K TV는 2018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으로 최근 글로벌 TV 제조회사들이 2020년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앞서 속속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본 공영 방송사 NHK가 도쿄올림을 세계 최초 8K로 중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8K TV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전략 변화 가능성은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국제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8K 올레드 TV와 8K LCD TV를 선보였다. 참가 기업 가운데 8K 올레드 제품과 LCD 제품을 모두 공개한 것은 LG전자 뿐이다.
8K 올레드 TV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LG전자는 CES 전시를 위해 8K LCD TV 기술력 향상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8K LCD 제품인 슈퍼 울트라HD TV에는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나노셀’ 기술과 ‘풀어레이 로컬디밍’ 기술이 적용됐다. 풀어레이 로컬디밍은 백라이트의 LED 광원을 필요한 만큼만 부분적으로 점등하면서 TV의 명암비를 높이는 기술이다.
LG전자가 8K LCD TV에 공을 들인 데는 8K 올레드 TV의 가격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8K LCD TV 가격은 크기 별로 500만 원 선에서 2천만 원 선까지 책정돼 있다. 8K TV가 올레드로 출시되면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진다.
올레드 패널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로 70인치 이상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8K급 초고해상도를 양산하려면 수율이 기존보다 떨어져 원가가 올라간다.
LG디스플레이가 8K 올레드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도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도 8K TV 시장 주도권을 잡을 핵심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를 꼽고 있어 LG전자가 8K LCD TV의 선출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소니와 샤프, 하이얼 등 일본과 중국의 TV 제조기업들이 CES 2019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8K TV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제품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하반기부터 8K TV시장에서 제조기업 사이 경쟁이 상당히 심해질 것”이라며 “가격 전략이 8K TV시장의 헤게모니를 잡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