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020년부터 도입되는 20척의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 선박에 개방형 스크러버를 장착해 운용한다.
▲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스크러버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시작하는 황산화물(SOx)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이 선박에 설치하는 황산화물 정화장치다.
황산화물을 정화하는데 사용된 세정수를 바다에 배출하는지, 혹은 선박 내부에서 순환시키다 육지에서 처리하는지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구분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폐세정수가 일으킬 해양오염을 우려해 자국의 해역에서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기본적으로 개방형 스크러버를 운용하면서 개방형 스크러버 금지해역에 들어갈 때는 스크러버를 사용하지 않고 저유황유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저유황유는 기존에 해운사들이 연료로 사용하던 벙커C유보다 톤당 약 200달러 가까이 비싸지만 황산화물 배출이 훨씬 적다.
문제는 최근 개방형 스크러버에서 배출한 폐세정수가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는 해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이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한 목적은 비싼 저유황유 대신 벙커C유를 계속 사용해 유류비를 절감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 금지해역이 늘어난다면 스크러버 설치비용은 비용대로 나가면서 벙커C유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앞으로 자국 해역에서 스크러버 폐세정수 배출을 금지한다고 2018년 12월 밝혔다. 중국 역시 발해만 등 일부 해역에서 올해 1월부터 폐세정수 배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 만에 두 나라가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 금지에 동참하면서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한 국가는 독일, 벨기에, 미국(캘리포니아 주), 싱가포르, 중국 등 5개 나라로 늘어났다.
현대상선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스크러버의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개방형 스크러버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폐쇄형 스크러버는 육지에서 폐세정수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단점도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폐쇄형 스크러버는 사용한 세정수를 보관할 공간이 선박 내부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선적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설치 비용 역시 개방형 스크러버보다 폐쇄형 스크버러가 더 비싸기 때문에 개방형 스크러버가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상선이 새로 도입하는 초대형 선박에 설치하는 스크러버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방형 스크러버가 아니라 ‘레디형’ 스크러버다. 레디형 스크러버는 개방형 스크러버 가운데 추후에 폐쇄형 스크러버로 교체가 가능한 스크러버를 말한다.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 금지구역이 늘어나 개방형 스크러버를 사용할 유인이 사라지면 폐쇄형 스크러버로 교체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개방형 스크러버가 방류하는 폐세정수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 이스라엘, 덴마크 등 국가의 일부 선사들이 결성한 ‘청정해운동맹’은 “우리가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한 개방형 스크러버는 가장 친환경적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방형 스크러버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폐세정수와 함께 황산염 형태의 유황이 배출되기 때문인데 스크러버가 배출하는 황산염은 바다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황산염에 비하면 매우 미량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