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에 외부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하고 전통적 은행 업무규정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은행 순혈주의’ 등 보수적 은행문화가 깨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21일 우리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 회장은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의 역량을 정보통신기술(IT) 회사 수준으로 높이길 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해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의 업무환경부터 바꾸고 있다.
디지털금융그룹은 우리은행 본점에서 길 건너편에 있는 남산센트럴타워로 사무실을 옮겼다.
우리은행 본점 조직 가운데 별도 건물을 쓰는 것은 서류관리 등을 담당하는 상암동업무집중화센터를 빼면 디지털금융그룹이 유일하다.
사무실 내부도 정보통신기술 기업처럼 책상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회의공간을 크게 늘렸다. 정장을 입고 근무해야 하는 본점 직원과 달리 디지털금융그룹 직원은 근무복장도 완전 자율화했다.
손 회장은 디지털금융그룹의 업무 방식뿐만 아니라 인원 구성에도 큰 폭의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말 휴렛팩커드(HP) 출신인 황원철 디지털금융그룹장을 선임한 지 6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130여 명의 디지털금융그룹 직원 가운데 약 25%를 외부 경력직으로 꾸렸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 4대 성장동력으로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자산관리와 함께 디지털을 정한 만큼 인적 구성의 변화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보통신기술 관련 외부 경력직을 크게 늘렸으며 앞으로도 관련 분야에 외부 인력 충원을 과감하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금융그룹에 새로운 직장문화와 함께 대규모 외부 인력이 들어옴에 따라 우리은행에서 은행 순혈주의로 대표되는 보수적 은행문화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 회장은 “은행 순혈주의는 큰 문제”라며 “외부에서 들어온 인력도 완전한 은행 직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은행 순혈주의를 깨뜨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보였다.
은행은 금융권 내에서도 순혈주의가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힌다.
외부 인력의 유입과 정착이 쉽지 않은 데다 정통 ‘은행맨’이 아니라면 요직에 오르기 힘든 곳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우리은행 계파 갈등을 잠잠하게 만든데 이어 은행 순혈주의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으로 갈려 계파 갈등이 심한 조직이었지만 손 회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내세운 4대 인사원칙이 충실히 지켜지며 갈등이 사라지고 있다.
4대 인사원칙은 능력 중심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승진인사, 실력 있는 직원을 우대하는 공정한 인사이동, 역동적인 조직을 위한 젊은 인력 전진배치, 신상필벌이 명확한 인사원칙 준수 등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 회장은 내부 갈등을 결코 그냥 넘기지 않는다”며 “지난해 손 회장의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 계파갈등이 수그러들었듯이 은행 순혈주의도 우리은행에서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