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로 철강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천억 원을 들여 동부제철을 인수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동부제철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동부제철의 지분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85%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자가 동부제철 지분을 50% 이상 확보하려면 5천억 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부제철은 2016년 727억 원, 2017년 1245억 원, 2018년 3분기 누적 1371억 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4천%가 넘는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도 동부제철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현재 인수 희망자 접수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최근 여러 해외기업에 동부제철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중국 등 해외자본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은 최근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은 우리가 알아서 거르겠다”고 일축했다. 동부제철이 중국에 넘어가면 기술 유출과 중국업체들의 국내시장 침투가 문제될 수 있다는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4년 중국 바오산강철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업계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물론 조건이 맞는 중국기업이 나타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업계의 반발이 상당한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실제 투자 유치를 주도하는 것은 채권단이라 아직 알 수 있는 게 없다”며 “중국업체가 들어오면 철강산업에 부담이 커지니 그런 측면에서 나온 얘기로 본다”고 말했다.
인수 희망자 가운데 가장 적합한 업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채권단의 몫이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마땅한 투자자가 없으면 현재 상태에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자산 매각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그는 경영권 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당진 공장 전기로와 인천 공장만 분리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진 공장과 인천 공장 모두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진 공장의 전기로는 쇳물을 만들 때 고철을 원료로 사용한다. 원료인 고철 가격 상승과 철강석 가격 하락으로 당진 공장은 해마다 1천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2014년 당진 공장 전기로가 가동된 지 5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인천 공장은 시설이 노후해 수리비용과 유지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014년과 2017년 두 공장의 매각을 시도했다가 모두 불발되기도 했다.
동부제철은 국내 철강업계 5위권의 업체다. 2014년 경영 악화로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고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그동안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철강업계 불황과 매각금액 이견 등으로 결국 워크아웃 기간이 2년 연장됐다. 채권단은 21일까지 국내외 후보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는다. 이르면 2월 안에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투자 유치가 끝나는 시점은 실질적으로 6월 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