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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시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원자력방호방재법을 비롯해 기초연금법, 복지3법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법안들이 야당의 처리 반대에 막혀 꼼짝도 못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2년 전 새누리당이 적접 발의한 법이라 ‘셀프 개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냐는 비판도 강하게 나온다. 또 새정치민주당은 한마디로 반대의사를 밝혀 개정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면서도 최 대표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꺼내든 것은 각종 법안 처리의 책임을 야권에 돌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최 원내대표는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부터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이야기를 꺼낸 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마비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른 시일 안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을 안기려던 계획이었으나 야당이 방송법 등과 연계처리 주장을 펼치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2012년 5월 제정됐다.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또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범위를 천재지변과 전시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 여야 합의 없이는 본회의를 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 수는 156석으로 전체 의석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5분의 3, 곧 60%에 못 미친다.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대표가 이 법안 주도했고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찬성표를 던지는 등 힘을 실어줬다.
최 원내대표가 말한 이날 대표연설에서 내놓은 국회선진화법 개정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회의장단·교섭단체 대표·5선 이상 의원으로 구성된 ‘원로회의체’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당 장악력이 있는 노련한 의원들을 모아 쟁점 법안에 대한 처리방향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에 대해서는 ‘그린 리본’을 달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방안이다. 이번 핵안전방호방재법안의 경우 여야 간 다툼이 없었다. 하지만 야당이 방송법 등 다른 법안과 연계하는 전략으로 나와 처리가 되지 못했다. 이를 고려해 이견이 없는 법안 먼저 처리하자는 것이다.
최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고치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기국회 기간 중에도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이 대선의혹 특검을 주장하며 국회 일정을 거부해 국회 기능이 멈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기국회는 폐회 6일 전까지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과거 새누리당이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을 고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에 여야 모두 성숙하지 못했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을 운영할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회선진화법은 처음에 ‘국회 폭력방지법’으로 논의됐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등 18대 국회가 '몸싸움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는데, 이런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를 두고 “역사적 순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양보와 타협없이 국회선진화법 탓만 한다고 맹비난을 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침체된 민생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국회선진화법 등을 언급하며 대부분을 야당 탓으로 책임을 돌린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국회를 대화가 타협이 아니라 또다시 몸싸움이 난무하는 국회로 되돌리자는 국회후진화 개정법"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