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KB국민은행 총파업에 9천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 추산으로는 5500여 명이다. 회사는 물론 노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많은 인원이다.
| ▲ 허인 KB국민은행장과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
이번 파업에 사회적 시선이 차가웠던 점을 보면 더욱 이례적이다. 특히 무려 19년 만에 이뤄지는 파업은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와 파업에 참가하는 직원들 모두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처럼 참가율이 높은 이유는 신입행원과 여성행원 등 상대적 약자를 향한 차별적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노조의 명분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홍배 위원장은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며 줄곧 단순한 성과급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노조는 협상 막바지에 회사가 3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신입행원에게만 적용되는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비정규직이었던 여성행원들의 과거 경력 인정과 관련해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박 위원장은 물론 노조 간부 대다수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반면 허인 행장은 이번에 얻은 것이 없어 보인다.
초반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춰지며 유리한 고지에 선 것처럼 보였지만 막판에 노조가 약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명분 싸움에서도 밀렸다.
노조는 앞으로 진행상황에 따라 모두 4차례 더 파업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국민은행이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순이익 기준으로 1위 수성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잇딴 파업은 이미지는 물론 실적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허 행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2017년 취임할 때부터 KB국민은행의 노사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허 행장도 이런 점을 의식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는 경영의 한 파트너”라며 “서로 다른 부분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19년 만의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지 못하면서 리더십도 큰 타격을 받았다. 전략 싸움에서도 밀린 것으로 보인다.
허 행장은 막바지에 노조에게 성과급 300%를 제안하면서까지 임금피크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상대방에게 패를 다 보였다.
KB국민은행 임원 54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배수진을 쳤다는 점에서 파업이 불러올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허 행장 역시 할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허 행장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KB국민은행이 꼭 개선해야 할 임금피크제 일원화와 페이밴드 확대를 들고 나왔다. 특히 페이밴드 확대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던 시절부터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된 사안이다.
허 행장으로선 노조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밀어붙인 셈이다.
그럼에도 높은 파업 찬성률과 파업 참가율은 허 행장에게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B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파업 찬성률은 무려 95%를 넘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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