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이 앞으로 대한석유협회에 가입해 기존 정유사 4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삼상토탈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 정유사가 35년 동안 유지해온 독과점 체제를 깨고 제5의 정유사로 인정받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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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
오는 4월3일 열리는 대한석유협회 정기총회에서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가입이 결정된다. 삼성토탈이 석유협회 가입을 승인받으면 정유사업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본격적으로 정유사업에 진출해 삼성 이름을 달고 주유소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12월 석유협회 가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토탈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1988년 삼성종합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2003년 프랑스의 에너지·화학기업인 토탈그룹과 삼성이 50%씩 출자해 새롭게 출범했다. 2013년 매출 8조 원과 영업이익 6천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석유협회는 1980년 설립된 이후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네개 회사만이 회원사로 활동하는 4강 독과점체제를 35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이 협회에 신규 가입을 신청한 것도 삼성토탈이 처음이다.
이번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석유협회장과 회원사 4개의 CEO들이 참석해 삼성토탈의 가입을 결정하게 된다. 석유협회장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4명 중 3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입이 승인된다.
석유협회에 가입하면 대내외적으로 공식 정유회사로 인정받게 되면서 삼성토탈이 추진해오던 정유사업의 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또 원유 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할 수 있다. 업무 관련 애로사항을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업계 차원에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신규 회원 가입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가입 요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요건은 없다. 정관에 따르면 ‘정제시설을 갖추고 정유업 등록을 마친 정유업을 영위하는 자’로 돼 있다. 하지만 정제시설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기준이 없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
삼성토탈의 경우 원유정제시설(CDU)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다른 4개 회원사들이 삼성토탈의 가입을 반대하는 근거로 삼성토탈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일 뿐이지 엄밀히 따지면 정유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삼성토탈은 2012년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면서 정유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휘발유 완제품에서 첨가물이 하나 빠진 반제품을 만들어 석유공사에 납품하면 석유공사가 완전한 휘발유를 만들어 시가보다 저렴하게 알뜰주유소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알뜰주유소가 2년 만에 전국에 1천 개가 넘는 매장을 내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삼성토탈의 공급량 역시 늘어났다. 현재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휘발유 공급량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삼성토탈은 반제품을 만들어왔지만 이달 들어서 휘발유 완제품 납품을 시작했다. 또 오는 6월부터 알뜰주유소에 경유도 공급한다. 지난 2월 석유공사가 부채 감축 차원에서 내놓은 대한송유관공사 지분 2.26%를 93억 원에 매입해 인프라도 확보했다. 업계는 삼성토탈이 사실상 제5정유사로서 외연을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과 완제품 생산, 인프라 확충이라는 필요조건을 다 갖추고 공식 인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석유협회 가입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 회원사 승인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가입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존 정유사들이 삼성토탈의 가입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4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경쟁자가 출연하는 것을 반길 리 없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도 아닌 삼성이 정유사업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게다가 기존 정유사들은 삼성토탈이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 덕분에 정유업계에 무임승차했다고 생각한다. 삼성토탈은 2012년 국내 정유4사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고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제5의 공급자’로 지정됐다.
알뜰주유소가 꾸준히 늘어나는 동안 정유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해에만 300곳이 넘는 주유소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기존 정유사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후발주자에게 너무 쉽게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토탈이 예상보다 쉽게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1일 산업부 주최로 열린 동북아 오일허브 간담회에서 산업부가 정유 4사를 설득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정유업계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석유화학기업으로 출발한 우리 회사가 올해는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도약하는 매우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입이 승인되면 손석원 사장의 말대로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