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유가 하락세를 타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주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선종 운임은 12월에 3만3천 달러까지 상승했다. 7월 1만9천 달러로 저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74% 가까이 높아졌다.
유가가 내리면 석유 수요가 늘어 수송량이 증가하고 이를 나르는 원유운반선 발주 움직임도 활발해지게 된다. 2014년 사례를 봐도 10월 유가가 급락하자 같은 해 11월부터 이듬해까지 유조선 발주량은 2배 수준으로 뛰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41척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18척을 차지했다. 글로벌 발주량의 44%에 이른다.
최근 미국이 원유 수출량을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의 증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현재 320만 배럴까지 급격히 늘었다. 미국이 2015년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한 이후 수출량은 313만 배럴이나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원유 수입량은 314만 배럴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동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원유 수송량은 줄어들고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수송량은 많아졌다.
미국-아시아의 운항거리가 중동-미국 운항거리보다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유 톤마일(화물의 수송거리)도 확대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수송 거리가 길어지면 한 번에 물량을 많이 실어야 이득인 만큼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도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원유 생산량에서 수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원유 톤마일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늘어날수록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발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발주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유업계가 원유 수입 수요를 충족하려면 2030년까지 50척 이상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석유 수요 증가율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용선 선박을 제외하면 10척에도 못 미친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고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주력 선종 비중이 늘어날수록 선박 건조마진의 극대화도 노릴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수주잔고의 75% 이상을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LNG운반선이 채우고 있는데 같은 선종을 반복해서 건조하면 경험이 쌓이면서 설계오류, 시행착오 등을 줄여 각종 비용이 낮아지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