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불가능은 없다’를 좌우명으로 삼는다. 김 회장은 지난해 나폴레옹이 실제 썼던 2각 모자를 26억 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평소 나폴레옹을 존경해 모자를 사들였다며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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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김 회장은 지난해 국내 최대 벌크선업체로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 인수를 이뤄냈다. 그런데 팬오션 인수작업이 순항하다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이 변경회생계획안에 감자를 실시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팬오션소액주주권리찾기’라는 카페가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뒤 1800여 명이 참여해 주식수도 3천만 주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은 주식 위임의사를 밝히며 힘을 모으고 있다. 팬오션이 제출할 변경안에 감자안이 포함되면 이를 부결시키겠다는 뜻이다.
변경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참석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팬오션은 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나 구주주가 투표권을 행사한다.
팬오션 최대주주는 지분 13.00%(약 2790만 주)를 보유한 산업은행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재 카페를 통해 위임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들의 주식수만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소액주주들은 감자가 포함될 경우 주주들만 피해를 보고 팬오션을 인수한 하림그룹은 이득을 본다고 주장한다.
한 소액주주는 “감자를 한 뒤 인수자가 유상증자에 나서면 지분율이 크게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은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뒤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만 빼고 나머지 주식을 현금화할 것을 우려한다.
팬오션 주가는 지난 2일 팬오션이 최대주주를 변경하기 전 채권단의 손실률을 고려해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를 진행할 것이란 소식에 하한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다음달 4월로 예정된 관계인집회에서 감자를 포함한 변경회생계획안에 상정되면 표대결을 통해 이를 저지하려고 한다.
이들은 또 최악의 경우 민형사 소송은 물론 팬오션과 하림그룹의 본계약을 파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김홍국 회장에게도 소액주주의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팬오션과 하림그룹은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팬오션은 4일 “변경회생계획안을 검토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내용이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하림그룹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지난 1월에도 팬오션 헐값 매각을 중단하라며 법원에 매각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김 회장은 19일 팬오션 인수단 단장에 추성엽씨를 선임하고 인수합병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 단장은 2011년 초부터 STX그룹 지주사인 STX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추 단장은 팬오션 차기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김 회장은 팬오션 차기 사장에 각계의 추천을 받았으나 이를 모두 물리치고 추 단장의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