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를 바라보는 여당 내 일부 국회의원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위원장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제윤경 등 20여 명의 국회의원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만들었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이 차관급 인사를 놓고 집단행동을 보인 것은 이례적 일이다.
김 부위원장은 증권선물위원장을 겸직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관계자는 “김 부의원장을 놓고 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은 있을 수 있다”며 “연판장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2인자인 김 부위원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긴다면 최 위원장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된 가장 큰 변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명이다. 홍 부총리는 10일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으로 부총리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정책 콘트롤타워’ 논란으로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홍 부총리를 경제정책의 ‘원 탑’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최 위원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홍 부총리보다 행시 네 기수 선배다. 홍 부총리의 리더십을 위해 최 위원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 전 정책실장의 교체도 최 위원장의 입지에 부정적이다. 최 위원장을 금융위원장으로 추천한 인물이 같은 고려대학교 출신인 장 전 정책실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홍 부총리가 소통과 조정 능력이 뛰어난 점을 높게 평가받아 부총리로 임명된 만큼 최 위원장과 협력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위원장도 11월13일 자동차부품회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부총리의 부총리 내정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의 업무 협력에 행시 기수 차이는 상관없다”며 “경제 전반에 식견이 있고 전문성 있는 홍 후보자가 부총리가 된다면 잘 보필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제를 비교적 잘 풀어온 만큼 최 위원장의 입지는 탄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위원장은 11월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개편안이 자영업자들의 환영을 받아 문 대통령이 만족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수수료 개편은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9·13 부동산대책에서도 금융위는 대출 차단으로 정책 효과를 빠르게 발휘하는데 기여했다. 올해 1월 가상화폐에 거래실명제를 도입해 사회적 논란을 잠재운 것도 최 위원장의 성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