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선점 기회를 잡기 위해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새 브랜드로 재편해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사이 시너지를 추진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다른 계열사와 힘을 합쳐 다양한 부품을 동시에 공급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자동차와 전장부품시장으로 반도체 공급 분야를 확장하는 데 온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와 스마트폰, PC 등 메모리반도체의 주요 활용 분야가 모두 침체된 흐름을 보이면서 업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타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을 앞두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첨단 운전자 지원장치(ADAS)와 콘텐츠에 특화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동차용 통신장치 등 반도체가 사용되는 장치의 탑재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자동차업계 특성상 반도체가 고객사 인증 절차를 밟는 데 1~2년 정도가 걸린다"며 "시장 진출을 앞당기는 기업이 시장 개막의 수혜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의 개화에 온전히 수혜를 보려면 2019년 초부터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해 사업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 열리는 미국 IT전시회 CES2019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전시장을 꾸미고 다양한 자동차용 반도체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 완성차기업과 전장부품업체의 관계자들이 SK그룹 계열사의 자동차부품 라인업을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SK하이닉스의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력을 홍보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시스템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자동차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고성능 HBM규격 D램과 차량 데이터 분석 서버에 탑재되는 SSD를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CES2019 참가로 SK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는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만큼 SK하이닉스가 고객사를 공유해 공급망을 확대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10월부터 자동차용 반도체 솔루션을 '엑시노스오토'로 재편하고 메모리반도체와 동시 공급을 통해 사업영역을 넓힐 기회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오토 브랜드는 인포테인먼트 등에 쓰이는 프로세서, 차량용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반도체에 적용되며 최근 글로벌 고객사에 순차적으로 공급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이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데다 차량용 메모리의 기술 수준도 가장 높아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도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올해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자동차용 D램은 업계 최초로 125도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인증받았고 데이터 전송 속도도 가장 빠르다.
▲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프로세서 '엑시노스오토'. |
삼성전자는 프로세서와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후발주자에 그쳐 메모리반도체와 비교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메모리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시너지를 추진한다면 충분히 시장 선점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 자회사인 미국 하만을 통해 다수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용 반도체의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하기 유리한 조건으로 꼽힌다.
시장 분석기관 리서치앤마켓 홈페이지의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3% 이상 성장하며 연간 7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에 인공지능과 콘텐츠 등 기술 적용이 확대돼 IT기기처럼 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