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12-14 17: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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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혼돈은 한 끗 차이다. 방향이 분명치 않으면 변화의 흐름은 힘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쇄신’을 향해 나아가는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에게도 나침반이 필요하다.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포스리)을 이끌 외부 전문가를 물색하기 위해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이미 후보 인선을 끝내고 최종 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다음주 이뤄질 인사 때를 즈음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쉽게 말해 포스코그룹의 싱크탱크다. 국내외 철강 및 수요산업을 연구해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원래는 포스코경영연구소였으나 2015년 포스코경영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려시대 중추원, 조선시대 승정원 등 ‘원(院)’의 역사적 용례를 차용한 것으로 이 기관에 단순 자문을 넘어 경영진을 적극 보좌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뜻을 담았다.
최 회장이 이 연구원의 원장으로 외부 인사를 찾는 것은 지금까지의 포스코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포스코는 예전 정권 시절에 이뤄졌던 부실경영과 비리 의혹으로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쇄신에 관한 기대감을 그룹 안팎에서 한몸에 받는다. 스스로도 개혁안을 선정하기 위해 7월부터 각계각층에 ‘러브레터’를 써달라 제안하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회장 후보 시절 포스코그룹이 이뤄야할 과제로 공책 두 권을 빼곡이 채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기업에서는 수장이 바뀔 때바다 으레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대개 목적을 잃고 표류하다 어느새 흐지부지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최 회장에게 포스코경영연구원의 길잡이 역할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개혁의 칼날을 날카롭게 다듬기 위해서는 포스코경영연구원같은 기관이 '명분'을 제시해 줘야 한다.
최 회장은 경영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모두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경영상황을 보면 철강산업의 통상환경이 수출 한계와 수입물량 증가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세계에서 철강 교역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최근 ‘2019년 통상환경 전망 및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내년 한국의 철강 수출물량은 3천만 톤 이하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세계경제의 침체 등에 맞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 마련과 장기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포스코 비철강사업의 도약도 다급해졌다. 더욱이 지금처럼 저성장 시대에서는 고성장기와 달리 분산 투자의 ’운‘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말 성공할 수 있는 분야에 확신을 지니고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여중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변화하는 고객가치를 미리 예견해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경쟁에서 승리하는 핵심 요소"라며 "경쟁 환경에 관한 지식 및 통찰, 이른바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를 확보해 새로운 산업의 부상과 장기적 트랜드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환경뿐 아니라 시대적 분위기도 심상치 않게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여느 때보다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정우 회장 역시 이런 시대의 흐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더불어 함께 사는 포스코'를 새 경영비전으로 정하고 최근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도 '모두 함께, 차별 없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으로서는 단순히 산업환경뿐 아니라 동반성장을 통한 '기업시민' 포스코의 장기적 미래전략에도 세워야 하는 셈이다.
포스코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인사 등에 변화가 있을 지를 놓고 “전해들은 바가 없다”며 “구체적 개편방향은 발표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