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이 5G 통신장비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1, 2위 기업인 화웨이와 에릭슨에 잇따른 악재가 터지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에릭슨의 통신장비가 문제를 일으켜 일본과 영국 등에서 대형 이동통신회사의 휴대전화가 동시에 불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 이통사 소프트뱅크가 서비스하는 음성통화, 데이터통신은 6일 오후 1시39분부터 6시4분까지 모두 4시간25분 동안 중단되거나 원활하지 않았다.
또 비슷한 시간 에릭슨 통신장비를 사용하는 영국과 세계 11개 국가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에릭슨은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를 폐기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장비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릭슨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점유율 29.8%로 화웨이(31.2%)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8%로 4위다.
화웨이도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멍완저우 CFO는 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 회장의 딸로 그룹을 이끌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인 만큼 화웨이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영국에 이어 일본 정부도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정부 부처와 자위대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믿지 못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경쟁자인 화웨이와 에릭슨의 악재는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약점인 보안성과 에릭슨의 약점으로 부각된 안정성은 5G 시대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G 통신은 거의 모든 영역의 정보를 서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보안성과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장비는 한번 설치하면 10년 쓰는 제품인 만큼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신뢰성이란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 사장도 삼성전자의 ‘신뢰성’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사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장비 보안성에에 관한 질문을 받 “5G 보안 하니까 생각나는 단어는 신뢰(트러스트)”라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는 고객에게 안심을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뢰를 강조하며 화웨이가 가격 경쟁력으로 그동안 세계 통신장비시장을 점령해온 데 비교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통신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G 시대에 통신망이 끊기면 자율주행차가 멈춰서고 원격수술이 중단되는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통신망이 끊기는 상황을 막으려면 백업장비 구축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같은 통신장비회사들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11월26일 칼럼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백업장비 설치를 통해 통신재난을 예방하는 비용이 재난 후유증 비용보다 훨씬 값쌀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