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90일 휴전’을 선언하면서 조선과 해운회사들은 일단 한숨 놓게 됐다.
클락슨 플라토증권(Clarksons Platou Securities)은 “중국과 미국의 화해는 해운업계가 그동안 기다려왔던 큰 호재”라고 분석했고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과 중국의 해빙무드는 해운업계과 LNG 재고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봤다.
그동안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길어지면 물동량 감소로 업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왔다.
조선업계로서도 당장은 몰라도 물동량이 줄면 장기적으로 선박 수요가 축소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7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운과 조선시장의 회복 기조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중점적으로 수주를 확대 중인 LNG운반선시장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영향이 상당하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LNG 수출을, 중국은 LNG 수입을 확대 중인 만큼 두 나라 합이 맞아 LNG 거래량이 많아져야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당초 미국에서 LNG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한 LNG는 21억㎥ 규모로 전년보다 11.7% 많았다. 그러나 무역분쟁이 확대되면서 9월부터 미국산 LNG구매를 일시 중단해버렸다.
미국 천연가스업계로서는 큰 고객을 놓친 셈이다. 중국은 난방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에서 바꾸겠다는 환경정책을 펴면서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의 LNG 수입국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휴전으로 중국은 다시 미국에서 LNG를 들여오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번 화해 협정의 조건으로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을 대거 수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 중국이 카타르 등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LNG 물량을 미국이 흡수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LNG는 절반 가량이 카타르산이고 그 뒤로 말레이시아와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시장의 패권은 이미 미국으로 이동했다"며 "중국이 다시 미국에서 수입을 시작하면 현재 카타르와 중국의 LNG 장기 공급계약(15~30년) 가운데 기한이 끝난 계약은 미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카타르는 내년 1월부터 석유수출기구(OPEC)에서 탈퇴하면서 LNG 생산량을 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이 장기계약을 뺏어가게 되면 스팟(단기) 거래 비중이 늘어나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격 하락은 LNG운반선의 발주와 LNG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이 LNG 수입처를 카타르에서 미국으로 바꾸면 수송 거리가 늘어난다는 점도 조선3사에게 반가운 일이다. 카타르에서 중국으로 가는 운항거리는 5845Nm(Nauticla mile, 해상마일)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는 1만150Nm로 두 배 가까이 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송 거리가 길어지면 한 번에 물량을 많이 실어야 이득"이라며 "따라서 대형 LNG운반선의 수요가 커지게 되는데 한국 조선사들은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이후 트위터에서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라며 다시 중국을 압박하는 등 합의 도출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