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LG와 LG전자가 전장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외부인재 영입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뽑았다.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LG 자동차부품팀장 자리에 앉힌 데 이어 은석현 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전무를 LG전자 VS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는 전장사업을 맡는 부서로 이번 인사에서 VC(Vehicle components)에서 이름아 바뀌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자동차산업에 잔뼈 굵은 인물들을 주요 보직에 데려옴으로써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전장사업의 대대적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장사업은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점찍은 사업으로 글로벌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만큼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LG전자 VC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8% 수준의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10개 이상의 글로벌 완성차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전장사업부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장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LG전자는 기술 개발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흑자 전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저가 수주가 확대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손해를 보면서 수주를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이번 외부인사의 영입을 통해 적자구조의 전장사업 전략을 새로 짜고 내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장사업 콘트롤타워 역할을 외부인사에게 맡긴 것은 전장사업 조직의 관료화를 막고 글로벌기업에 걸 맞는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 부사장은 기아자동차 연구소 구동설계팀, 르노삼성 자동차 연구소 중대형 기술개발 총 책임자(Chief Vehicle Engineer), 한국타이어 글로벌 구매본부장과 연구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온 자동차 전문가로 글로벌 자동차 생태계를 오랜 기간 경험해 왔다.
한국타이어에서도 연구개발(R&D)와 글로벌 구매당담을 동시에 맡아온 만큼 앞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그룹 전장사업의 큰 방향성과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김 부사장은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장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전개하고 계열사끼리의 시너지 향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 전무 또한 17년 동안 보쉬 독일 본사, 일본 지사, 보쉬코리아에서 기술 영업마케팅 업무를 수행한 자동차 부품업계 전문가다.
보쉬는 명실상부 세계 1위의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자동차 기술사업부가 그룹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는 보쉬가 세계 자동차 부품 기술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이러한 세계적 기업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은 전문가의 영입은 LG전자 VS사업본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동향에 밝은 외부인사의 영입은 ZKW와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LG전자는 아직 ZKW 인수 효과를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임원인사에 힘입어 협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LG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재의 적극적 영입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필요한 역량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