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허소송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조 원을 훨씬 웃도는 기술사용료 충당금을 쌓아놓았다. 스마트폰 시장내 특허소송이 잦아지자 사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애플과 특허 관련 2차 소송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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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삼성전자는 2013년 1조8549억 원 기술사용료 충당금을 적립했다. 2012년 1조5104억 원보다 20% 가량 큰 금액이다. 삼성은 2011년 부터 적립해 지금까지 모두 4조2726억 원의 기술사용료 충당금을 쌓아놓고 있다.
‘기술사용료 충당금’은 향후 특허권 사용에 대한 비용 지급을 위해 준비하는 돈을 말한다. 기술에 대한 로얄티 지급을 위해 마련해둔 자금이다.
기술사용료 충당금를 4조씩 준비한 이유는 뭘까. 권 부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강조했다. 애플과 장기화된 특허공방이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주력제품이 스마트폰인 만큼 삼성전자는 특허권 소송의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IT기술이 접목되어 있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특허권 침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특허권 관련단체 페이턴트 프리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허 괴물에게 38건의 특허권 소송을 당하면서 특허 소송 횟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허 괴물이란 실질적 생산없이 특허소송만으로 로열티를 챙기는 회사를 일컫는다. 여기에 애플 등 경쟁사와 특허소송까지 고려할 경우 삼성전자는 늘 특허소송에 휘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특허전의 시작지였던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서 오는 31일 애플과 특허소송 심의에 들어간다. 삼성과 애플은 서로 상대 회사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 10개 제품에 대하여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단어 자동 완성 특허를 비롯하여 복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시리 통합 검색, 데이터 동기화, 밀어서 잠금 해제 등 5개 특허권을 내세워 법정에 선다.
삼성이 충당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애플과 특허전쟁을 시작한 2011년부터다. 당시 국내 특허권 판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지만 미국에서 패배했다. 특히 2013년 이후 애플에 990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는 등 애플과 특허권 전쟁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번 소송을 앞두고 지난 2월 권 부회장이 팀 쿡 애플 CEO를 만나 협상을 모색했으나 애플이 모바일기기 한 대당 40 달러의 특허료를 요구하면서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특허전에 대응하기 위해 이전부터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2005년 특허경영을 선언한 이후 IP(지식재산) 관리 조직을 구축해왔다. 이후 최고경영자 직속 IP 센터를 설립해 특허출원이나 소송, 특허소송계약, 특허매입 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13년 유럽에서 2833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4676건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특허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특허기술을 공유하는 계약도 확대하고 있다. 2011년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특허계약을 맺었으며 올해에는 램버스, 에릭슨, 구글, 시스코 등과 계약을 확대해 특허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기술사용료 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술 사용료는 2789억 원이었다. 2012년 3272억 원에서 483억 원 가량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특허분쟁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특허공유계약 확대로 기술사용에 대한 비용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