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들의 75%가량은 올해 배를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표준화물선 환산톤수(CGT) 기준으로 한국 조선소의 글로벌 점유율은 1분기 36%에서 3분기 54%로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조선소 점유율은 30%에서 15%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비싸고 수익성이 좋은 LNG운반선 일감은 전부 한국에 몰리고 있다. 올해 이 선종 분야에서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 점유율은 91%에 이른다. 10만CBM급 이상 LNG운반선만 따지면 100%를 한국이 차지해 독보적 경쟁력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셰일가스 수요가 아시아 위주로 증가하고 있다보니 '톤마일(화물의 수송거리)'이 길어져 LNG운반선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 등은 기술력에서 뒤처져 이 선종시장은 한국 조선소들이 석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사이 수주잔고의 변화를 봐도 한국 조선소들은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비중이 바뀌고 있는 반면 중국 조선소들은 기존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과 유조선을 제외하면 수주가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잔고는 유조선이 46%로 가장 많고 그 뒤로 LNG운반선(22%), 컨테이너선(11%) 순이었지만 올해 10월에는 LNG운반선 비중이 36%로 가장 높아졌다. 유조선(30%)과 컨테이너선(22%) 등이 뒤를 이었다.
로이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3대 조선사들이 LNG운반선 수주를 휩쓸고 있는 상황은 이들이 글로벌 경쟁자들을 상대로 확보한 우위를 보여준다"며 "이는 한국 조선사들이 2년 전의 불황을 극복하고 향후 업계를 지배할 위치에 다시 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 'CESI 글래드스톤'호.
중국 조선사가 만든 LNG운반선의 품질을 놓고 의문섞인 시선도 줄을 잇고 있다.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 'CESI 글래드스톤'호는 6월부터 엔진 결함으로 멈춰서 있다가 결국 재정비를 포기하고 10월 말 폐선을 결정했다. 시운전을 한지 고작 2년여 만이다.
통상 LNG운반선 수명이 20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주들의 신뢰를 흔들 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을 놓고 "LNG운반선의 건조 기술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다시 드러났다"며 "앞으로 LNG운반선의 수주 경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박 연료의 흐름이 석유에서 LNG 등 가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국 조선사들에게는 경쟁력을 확대할 기회다.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은 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 분야에서 기술력 한계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계는 조선3사와 한진중공업 등을 제외하고 현재 대부분의 조선소가 폐업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됐다"며 "새 환경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 최대 수혜주는 살아남은 한국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