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한다.” 강용석 전 의원이 기소된 성희롱 발언이다. 이 발언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된 강 전 의원이 27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조치를 받았다. 파기환송은 다시 심판하도록 원심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강 전 의원은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이날 강 전 의원의 언행이 경멸적이지만 모욕죄는 해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단 "여성 아나운서에 대해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돼야 하는데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 조직화 및 결속력의 정도 또한 견고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개별 구성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는 모욕죄에 대해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고 특정성의 구성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 열린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 동아리 학생들 20명과 회식을 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강 전 의원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특정 사립대학을 지칭하며) OO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당시 한국아나운서협회에 등록된 8개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 295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강 전 의원을 고소했고, 강 전 의원은 이 일로 새누리당에서 제명당했다. 당시 성세정 아나운서협회장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만나 공식항의하고 강 전 의원을 대상으로 민형사소송을 내기도 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의 발언은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아나운서들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며 모욕 및 무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강 전 의원은 불복해 상고했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한국아나운서협회는 크게 반발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여성비하 발언과 각종 막말, 저속한 언어에 경종을 울리지 못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1•2심에서 집단모욕죄가 인정된 것을 생각할 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아쉽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