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그리는 GM의 미래에 한국GM은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생산공장 철수 가능성은 노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것일까?
바라 회장은 최근 노동조합에 보낸 서신에서 한국GM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으나 노조가 우려하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놓고는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13일 한국GM은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한국GM이 12년차 이상 직원들의 명예퇴직을 실시해 감원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관계를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바라 회장이 최근 GM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토대로 한 매체가 한국GM의 인력 감원 계획을 보도한 데 이렇게 해명한 것이다.
한국GM이 공개한 이메일을 보면 바라 회장은 직원들에게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임금 노동자들, 그리고 글로벌 중역들을 대상으로 자발적 고용계약 해지 프로그램(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한국GM 관계자는 “바라 회장은 세계 GM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며 한국GM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전혀 특정하지 않았다”며 “현재 인력 감원 계획은 세워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이 인력 구조조정설을 서둘러 진화하며 적극적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GM의 법인분리를 둘러싼 생산공장 철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동조합)는 회사의 법인분리 의도와 목적을 놓고 적극적으로 해명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바라 회장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바라 회장은 최근 임한택 지부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국GM의 법인분리는 한국GM에게도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을뿐 이후 생산공장을 철수할지 여부를 놓고서는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며 “법인분리가 생산공장을 쉽게 철수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라 회장이 구조조정을 통한 GM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한국GM의 생산공장 철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로 꼽힌다.
바라 회장은 최근 GM의 미래 성장 전략을 놓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에 강점을 지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라 회장은 10월 말 시티랩디트로이트 포럼에서 “내가 퇴직할 때는 사람들이 110년의 역사를 지닌 GM을 (자동차기업이 아닌) ‘기술회사’로 인식하기 바란다”며 “GM의 미래 계획에 전기차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 회장은 최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도 “GM은 전기차 생산기업으로의 변화를 중단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차세대 플랫폼으로서 수익성 높은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바라 회장은 자율주행차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2019년에 운전대(스티어링 휠)와 브레이크페달, 가속기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위해 미국 샌프란치스코에 위치한 기술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바라 회장은 GM이 전기차 시대에 확실한 주도권을 쥐려면 자율주행과 전기차가 결합된 형태의 차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라 회장은 취임 이후 수익성 확보 전략을 펼쳐 유럽과 호주, 태국, 인도, 러시아 등의 생산공장을 철수했다.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업장을 차례대로 폐쇄했는데 앞으로 미래차로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만한 지역들만 중심으로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은 연구개발 신설법인을 만들어 GM 본사에게서 많은 신차 개발 물량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생산법인의 경쟁력 확충과 관련해 특별한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GM의 '전기차 전문기업 도약'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한국GM이 내연기관차 생산기지로만 남게 된다면 10년 동안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GM 본사의 약속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바라 회장이 한국GM 노조를 방문해 임한택 지부장을 비롯한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앞으로 다가올 한국 방문 일정에 한국GM의 미래와 관련한 구체적 비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국GM 관계자는 “바라 회장의 방한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바라 회장이 3분기 GM 실적 발표에서도 한국GM의 수익성 회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