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가 LG화학의 글로벌시장 공략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신 내정자가 LG그룹을 이끌어 온 6인의 부회장 가운데 한 명을 대신하게 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첫 인물이 된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LG그룹의 ‘
구광모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
LG화학은 9일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고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사 뒤 처음 있는 일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신 내정자는 글로벌 사업 운영역량은 물론이고 소재와 부품 사업 전반에 걸쳐 통찰력을 보유해 LG화학이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특히 신 내정자는 LG화학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 온 전지사업을 궤도에 올려 놓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성장 덕에 전기차용 전지부문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3분기 전지부문이 영업이익 840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17년 3분기보다 366.7% 급증한 것이다.
LG화학은 10월23일 중국에 전기차용 전지 2공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이미 한국, 중국, 유럽, 미국에 전기차용 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LG화학 대표이사로 신 내정자가 성과를 내는 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도 중요하다.
신 내정자의 선임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시대를 이끈 부회장단 6명 가운데 첫 인사 교체다. 신 내정자가 탁월한 경영수완을 보인다면 LG그룹의
구광모 시대를 열어젖힌 상징적 인물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구 회장은 체면을 구기게 된다.
LG그룹이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을 두고
구본준 LG 부회장의 퇴임에 앞서 LG화학의 계열분리를 위한 지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신 내정자는 3M에서 전자소재사업부 부사장을 거쳤고 해외사업부문과 글로벌 연구개발 등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LG화학의 사업분야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런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신 내정자의 선임은 LG화학의 계열분리와 절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LG는 앞서 6월29일 이사회를 열어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를 LG그룹 회장으로 선임하고 구 부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이 승계되면 경영에 참여하던 형제나 사촌들이 일부 회사를 계열분리해 독립하는 게 관행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한국 3M에 입사해 1995년 필리핀 3M 지사장에 올랐다.
1998년 미국 3M으로 옮겨 사무용품제품 및 연마재사업부 이사, 전자소재사업부 부사장, 산업용접착제 및 테이프산업부 부사장, 산업용비즈니스 총괄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3M의 해외사업부문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았고, 최근까지 미국 3M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 및 사업개발, 공급망 관리(SCM), 정보통신 등을 책임지는 총괄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