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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동부제철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뉴시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동부제철 인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4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동부제철 인수 의사를 묻는 질문에 “동부제철 인수는 좀 더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금 단계에서 뭐라 말할 것은 없다”면서도 “좋은 기회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의 ‘스터디’ 발언은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그 동안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에서 다소 진척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17일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을 타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으며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의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아직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동부제철 인수 검토에 나선 권 회장의 심정은 복잡해 보인다. 동부제철 매각이 결정된 지난해 11월부터 포스코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검토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도 그만큼 동부제철을 인수하는데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포스코가 동부제철을 인수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권 회장의 ‘내실강화’ 의지가 퇴색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권 회장은 취임 전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장을 지양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정준양 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인수합병이 포스코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정 전 회장이 추진한 신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계열사 간 통폐합 작업에 착수하는 등 포스코 군살빼기를 단행하는 중이었다.
동부제철이 과연 매력적인 매물인가라는 문제도 권 회장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현재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유력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인천공장의 경우 냉연강판부터 아연도강판, 컬러강판까지 생산하고 있어 포스코의 인수를 통해 냉연일관체제를 갖출 수 있는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설립된 지 40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화해 포스코가 인수하더라도 초기 설비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실강화를 통해 재무건전성 강화를 꾀하고 있는 권 회장 입장에서 동부제철 인수는 적절하지 않다.
또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포스코의 에너지 사업영역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권 회장 취임 이후 철강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스코의 전략적 입장에서 계륵 같은 매물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권 회장에게 동부제철 인수가 안 하면 그만인 일이 될 수는 없다. ‘맏형’ 위치에 있는 포스코가 국내 철강업 보호를 위해 동부제철을 인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몇몇 해외업체들이 동부제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중국 바오산철강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다. 동부발전당진에도 관심을 보인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외업체들이 동부제철을 인수할 경우 국내기술 유출이 우려된다. 또 값싼 해외 제품의 국내시장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국내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의 맏형 포스코가 나서 동부제철을 인수해야 한다는 명분론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동부제철 매각 과정을 주도하는 산업은행도 국내기술 유출과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정부의 뜻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국내업체에 매각한다는 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