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새 환경 규제가 1년 뒤로 다가오면서 LNG 연료가 가장 근본적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모든 환경 규제에 규제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청정연료인 LNG"라며 “LNG추진선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1월1일부터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²)의 배출량을 더 엄격히 제한한다. 그동안 시행 일자가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됐지만 10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당초 예정대로 적용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선주들이 이 규제에 대응하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 있다. 저유황유를 쓰거나,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장착하거나, LNG추진선을 도입하는 것이다. LNG추진선은 기존의 벙커C유 대신 LNG를 연료로 쓰는 배를 말한다.
현재는 저유황유를 대응책으로 선택하는 선사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스크러버, LNG추진선 순이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의 궁극적 목표가 화석연료 퇴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들은 결국 'LNG 추진선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LNG는 황산화물 배출량이 0%고 벙커C유보다 미세먼지(PM)는 0∼10%, 질소산화물은 80∼90%, 이산화탄소는 20∼30%가 적게 나온다. 연료 효율도 벙커C유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고 공급도 원활하다.
노르웨이 선사인 오드펠(Odfjell)의 크리스티안 모크 최고경영자는 9월 “기존 선박을 LNG 추진선으로 개조하는 것은 현실적 방법이 아니지만 향후 새로운 배를 발주할 때는 LNG추진 방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트레이드윈즈와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스크러버는 쓸 만한 방법이 못 된다(not the way to go)는 것이다.
스크러버는 가격이 비싸고 설치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연비를 나쁘게 만든다. 1만DWT 이하의 작은 선박은 설치할 곳이 없고 15년 이상된 늙은 선박에 장착하기에는 투자 대비 회수 비용이 너무 적다. 스크러버에서 걸러져 나오는 강산성 찌꺼기 역시 언젠가 환경 문제로 대두될 위험이 있다.
▲ LNG추진선 이미지.
저유황유는 초기 투자비용 없이 연료만 갈아타면 되는 만큼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값이 문제다.
기존 벙커C유보다 50%가량 비싼 데다 아직 정유사들이 생산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공급이 빡빡하다.
노르웨이 선사 스톨트-닐센(Stolt-Nielsen)의 최고 경영자는 최근 “(저유황유를 쓰게 되면 운임료를 높여) 가격 부담을 고객들과 나누지 않는 한 해운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놨다.
게다가 환경 규제가 임박할 수록 저유황유 가격은 더 급등할 수밖에 없다.
물론 LNG추진선도 단점이 있다. 연료탱크와 연료 공급 시스템, 엔진이 고가이다 보니 기존 선박보다 20~30%가량 가격이 높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형 선박은 몰라도 중대형 LNG추진선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에즈막스급 이상의 선박은 기존 연료 선박보다 10%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LNG 추진설비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을 미리 마련해 두는 'LNG레디'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점 역시 LNG추진선으로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9월 조선3사에 대형 및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면서 모두 LNG레디로 건조하도록 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호재라고 할 수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LNG 추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세계 조선업계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은 기본 설계 인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새로운 선박 기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당초 LNG를 충전할 벙커링(연료공급) 시설이 미흡해 LNG추진선시장이 크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LNG벙커링선은 앞으로 발주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선사인 베른하르트슐테의 에너지사업 담당자 앵거스 캠벨은 "LNG벙커링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제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노르웨이 선박 회사 DNV GL에 따르면 올해 건조 중인 LNG추진선은 51척이다. 2020년 105척, 2022년 122척, 2020년까지 200여 척의 LNG추진선이 인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