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면 사실상 물가가 하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빨간불이 켜진 각종 경제지표는 한국경제가 지금 경기침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덮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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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해 0.5% 상승했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 물가상승률 0.5%는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9년 7월의 0.3% 이후 15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담뱃값 인상에 따른 0.58%의 물가상승 효과를 제외하면 2월 소비자물가가 사실상 하락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다.
전문가들은 2월에 설 연휴가 있었는데도 소비자물가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내수경기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새해 들어 각종 경제지표도 경기침체 우려를 가시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 또 소매판매는 3.1%, 설비투자는 7.1% 줄었다.
우리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10.2% 줄었다. 수입도 16.9%나 감소해 경상수지 흑자는 이어갔지만 내수부진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 둔화의 원인에 대해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심리 위축이 더 확대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며 “정부나 한은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물가상승 둔화는 경기침체보다 유가하락 등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견해를 보인다.
석유류 하락폭이 5.3%로 컸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던 것일 뿐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3%이고 기대인플레이션률도 2.6%라는 것이다.
이상목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앞으로 내수회복에 따라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회복을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