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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100억 자산가와 일반투자자 차이, '손실을 대하는 방식'에 답 있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6-07-06 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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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AI)이 똑똑하다지만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다. 내 돈은 결국 내가 굴려야 한다. 학창시절 수학은 포기했지만 재테크는 포기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같은 투자 문외한을 위해 손쉬운 재테크 가이드를 써 보기로. 이코노미스트부터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까지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재테크 입문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누굴 만나도 주식 얘기를 하는 2026년, 그들의 입을 빌어 투자 이야기를 펼쳐본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100억 자산가와 일반투자자 차이, '손실을 대하는 방식'에 답 있다
▲ 주식시장 활황 속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투자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요즘 투자자들은 부지런하다.

유튜브나 증권사 리포트만 보지 않는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활용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훔쳐보는' 방법을 공유하고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내역이 공개되는 '13F 보고서'까지 찾아본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워런 버핏,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등 유명 투자 대가가 이끄는 회사의 투자전략을 콘텐츠로 제공하고 억만장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 수 있고 그들과 같은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궁금한 것은 공개된 종목이 아니라 공개되지 않은 그들만의 '은밀한(?)' 투자법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47만6천 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1%다.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자하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그래서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을 찾아갔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2003년부터 20년이 훌쩍 넘게 자산가들의 재무설계를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 업무를 맡아온 '베테랑'이다.

서울 강남 고층 빌딩들이 내려다보이는 상담실에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실제로 어떻게 투자하나요?”

◆ 부자의 투자원칙은 '규율'에 있다, 종목·통화 분산으로 잃지 않는 포트폴리오 구성

"일반 투자자와 고액 자산가의 가장 본질적 차이는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손실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부자들의 투자비법을 묻는 질문에 정 부센터장이 꺼내놓은 대답이다. 일반 투자자가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고액 자산가일수록 리스크 관리부터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 부센터장은 "30억~50억 원대에서는 수익률과 자산 보전을 함께 고민하지만 100억 원을 넘어가면 상속과 절세가 핵심 의제가 된다"며 "오래 부를 유지해온 가문일수록 '절대 잃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부센터장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 자산가가 되면 투자는 단순히 종목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세금 구조와 유동성, 상속·증여 계획, 법인 활용 여부까지 함께 고려하는 재무설계의 일부가 된다. 한 세대가 만든 자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넘기는 것이 투자의 궁극적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 부센터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시작부터 다른 경우가 많다"고도 강조했다.

주식, 코인 투자만으로 10억 원대, 100억 원대 부를 이룬 경우보다 부동산이나 상속·증여, 또는 사업의 성공에 따른 부의 축적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 뉴스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일반 투자자는 시장의 호재와 악재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고액 자산가는 단기 뉴스보다 장기적 원칙을 더 중요하게 본다. 높은 수익을 내는 거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해서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가 급등했다가 다시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정 부센터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특정 종목이 얼마나 올랐고 떨어졌는지 보다 포트폴리오 전체 관점에서 현재 위험 노출(익스포저)이 적정한지를 먼저 확인한다"며 "전체 자산 대비 주식 비중이 목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감정이 아닌 규율(discipline)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 트렌드 변화가 없냐고 묻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외 주식과 달러 자산을 통한 '통화 분산'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센터장은 "최근 2~3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자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며 "미국 주식이 단기 조정을 받아도 여전히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각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비율을 다르지만 해외 주식을 더 늘려 해외와 국내 주식 비중을 7대3, 또는 6대4 정도로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원화 자산에만 집중하는 리스크에 관한 인식이 커졌고 환율 헤지 수단으로 달러 투자의 매력에 더해 미국 빅테크기업의 장기 성장에 대한 신뢰도 높다"며 "환율과 금리, 주식 시장의 흐름이 다 다르기 때문에 분산을 통해 각 사이클에서 유리한 돈의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만들어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예전처럼 S&P500, 나스닥100과 같은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에너지, 헬스케어 등 특정 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점도 변화로 꼽았다. 금융투자에 관한 인식이 변하고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부자들 역시 재테크를 잘해 자산을 크게 불리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정 부센터장은 "예전에는 100억 원대 부자라고 하면 굉장한 고액 자산가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금융투자 등을 통해 자산을 200억 원대, 300억 원대로 빠르게 불리는 자산가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100억 자산가와 일반투자자 차이, '손실을 대하는 방식'에 답 있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52 강남파이낸스센터 21층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모습. 센터 복도와 상담실 등 곳곳에 채선화 작가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그들만의 리그', 최소 투자금액 3억 원 이상 사모펀드부터 구조화 상품까지

부자들의 세계에는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수단도 있다.

사모펀드와 랩어카운트, 구조화 상품, 해외 부동산 리츠 등이 대표적이다.

사모펀드는 통상 50명 이하 소수의 투자자를 모집해 운용하는 상품으로 최소 투자금액이 수억 원에 이른다. KB국민은행 기준으로는 최소 투자금액이 3억 원 이상이다. 전문 투자자는 1억 원 이상으로 기준이 내려오지만 전문 투자자 조건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랩어카운트는 전문가가 투자자의 계좌를 직접 운용하며 시장 상황에 맞춰 종목 교체와 리밸런싱을 수행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나 해외 부동산 리츠 같은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이 커지면서 절세를 위한 금융 구조화 상품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정 부센터장은 다만 이런 상품들을 '고수익 투자'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에 투자한다고 해서 모두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개시장과 다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변동성을 낮추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의 목표 수익률도 연 7~8% 수준인 경우가 많다.

비상장기업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 부센터장은 "비상장기업 10곳에 투자하면 실제 성공하는 기업은 많아야 2~3곳 정도"라며 "고위험 자산이라고 해서 몰아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자산의 일부로 편입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개별 종목보다 ETF를 활용한 섹터 투자도 늘고 있다.

모든 산업과 기업을 직접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 부센터장은 "운용사는 하루 종일 시장과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 본업이지만 일반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며 "ETF는 분산투자로 산업 성장의 과실은 가져가면서 개별 종목 위험은 줄일 수 있어 자산가들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 그럼에도 모두에게 공평한 것, '시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자산

그러면서 정성진 부센터장은 정작 부를 만드는 핵심은 '특별한' 상품보다 투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아는지, 다른 투자자들이 모르는 특별한 상품에 투자하는지가 아니라 정제된 공식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사회초년생과 30~40대 직장인들에게는 고액 자산가들도 갖지 못한 무기가 하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시간이다.

정 부센터장은 "사회초년생이나 30~40대 직장인들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시간"이라며 "젊을수록 근로소득이라는 현금흐름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장기 적립식 투자와 시간 분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처럼 반도체로 수급이 몰리는 시장에서도 시간 분산 투자법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 부센터장은 "최근 증시는 반도체로 수급이 집중되면서 섹터 분산이 잘 안 되는 상황이고 특히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은 분산이 더욱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반도체에 투자하면서 시간을 분산하는 전략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월급에서 생활비 등을 빼고 한 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50만 원인 직장인이이면 매달 50만 원씩 국내외 반도체주에 나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같은 절세계좌를 꾸준히 활용하면 복리 효과까지 더해져 장기적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 부센터장은 결국 일반 투자자들이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배워야 할 것은 '종목'이 아니라 '분산'의 원칙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시장 타이밍을 맞히려 하기보다 분산투자 원칙을 지키고 단기 뉴스보다 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고액 자산가들의 '은밀한' 투자법도 결국 그 단순한 원칙에서 출발했다. 

다음 편에서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하반기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성법을 살펴본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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