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과 경기지역 선거 흐름을 종합하면 경기지사 선거는 추 후보의 '대세론'과 양 후보의 '반도체 승부수'가 맞붙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경기도가 전국 최대 표밭이자 첨단산업 거점이라는 점에서 양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선거전의 무게중심을 경제로 옮기려 하고 있다.
양 후보는 21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제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돈 버는 경기도'"라며 "저는 핵심 공약이 경기도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1억 원 시대"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이어 "그런데 이미 1억 원이 된 지역들이 있다"며 "화성이라든지 이천이라든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온 것은 이미 그렇게 시작을, 그렇게 GRDP 1억 원 시대를 열었고 저는 그렇기 때문에 온몸을 던져서 경기도의 반도체 산업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인구 1400만 명이 넘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보여주는 선거라는 정치적 의미와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품은 첨단산업 거점이라는 경제적 의미도 크다.
이번 선거에서 교통과 주거, 일자리, 반도체 인프라가 함께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의 산업 경쟁력이 도민 생활 문제와 맞물리면서 경기지사 선거는 정치적 이슈와 함께 살림살이 중심으로 경쟁하는 구조가 짜여졌다.
다만 공식선거운동 기간 초반 판세는 추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추 후보는 47.9%, 양 후보는 33.8%를 얻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은 44.1%, 국민의힘은 32.9%로 나타났다. 추 후보가 후보 지지도와 정당 구도에서 모두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추 후보는 정치적 중량감과 안정적 도정 운영 능력을 앞세우고 있다. 6선 국회의원과 당 대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국회, 31개 시군 사이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추 후보는 이와함께 교통과 생활 인프라를 경제도정의 핵심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 출퇴근 수요가 많고 지역별 생활권 격차도 커서 광역교통망 확충 요구가 크다. 추 후보가 GTX와 수도권 교통망 개선, 교통비 지원 확대 등을 앞세우는 것도 도민의 생활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경제의 이동 비용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양 후보는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라는 이력을 전면에 내세워 '정치인 추미애'와 '경제전문가 양향자'의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양 후보는 지난달 8일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 경기도 선거를 두고 "경기도는 84.6%의 부가가치가 경기도의 반도체고 76%의 매출이 경기도의 첨단산업에서 나오고 있다"며 "정치 투사와 경제 투사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이번달 11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도 '돈 버는 경기도'를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양 후보는 "돈을 벌어야 세수도 늘어나고 복지도 할 수 있다"며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 모빌리티,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을 경기도 성장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후보가 반도체를 전면에 세우는 것은 경기도 산업 지형과도 맞닿아 있다.
경기도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이 몰려 있다. 반도체 투자는 일자리뿐 아니라 전력, 용수, 교통, 주거 인프라 확충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양 후보의 반도체 승부수는 단순히 산업 육성 공약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협력업체와 연구인력, 물류망이 함께 늘어나고 이는 지역 일자리와 세수, 주거 수요, 광역교통망 확충 문제로 이어진다.
추 후보도 경기남부 8개 지자체 후보들과 함께 K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공약을 내놓으며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양 후보가 반도체를 '전문성'의 문제로 끌고 가려 한다면 추 후보는 이를 집권여당 후보의 '실행력' 문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남은 선거전은 추 후보 우세 속에서 양 후보가 반도체 프레임을 얼마나 생활 의제로 넓히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원씨앤아이가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는 전체 지지도에서는 추 후보에게 뒤졌지만 30대에서는 42.5%로 30.4%인 추 후보를 앞섰다. 20대(추 후보 35.8% 양 후보 34.6%)와 60대(추 후보 46.5% 양 후보 40.5%)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이었다.
반면 40대와 50대, 70대에서는 추 후보 우위가 뚜렷했다. 이 흐름이 유지되면 양 후보의 반도체 승부수는 젊은층 결집 효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서용주 맥 정치연구소장은 4월9일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추 후보를 두고 "중도 확장성이 떨어져도 민주당·이재명 정부 안정성으로 상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8일 발표한 것으로 14일과 15일 경기도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5%포인트다.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