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영장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해석해 이 전 의장의 유죄를 무죄로 뒤집었는데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재판부가 압수수색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10일 증거의 유효성을 놓고 1심과 판단을 달리해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수사는 소강상태였다가 2018년 2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조사하던 중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문건을 확보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삼성전자 본사, 서초사옥, 우면사옥’을 대상으로 적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가운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그룹회계팀’, ‘법무실’, ‘전산서버실’을 명시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자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에 필요한 배치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인사팀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로 자료를 빼돌리고자 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하주차장 차량 트렁크 등에서 노조와해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CFO보고문건’ 등 당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상훈 전 의장에게 보고한 문건이 포함됐다. 이 전 의장의 공모관계를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증거였다.
1심 재판부는 “세부적 문제점이 있지만 압수수색 절차는 절차적 위법이 아니다”며 “은닉장소인 인사팀 직원 차량은 ‘관련 물건, 자료 또는 파일이 옮겨진 경우 그 장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압수수색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사팀 사무실은 영장에 기재된 장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본문에 기재된 부서의 범위를 넘는 해석은 장소의 제한이 없는 영장을 허용하는 결과가 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의장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보고문건 증거능력이 인정됐다면 원심이 유지됐을 것”이라며 “피고인의 공모가담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외에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의 불법파견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