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반세기 삼성전자 역사상 첫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에 뜻을 보이고 있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향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박 전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21일 박 전 장관의 이사회 의장 선임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외부출신 이사회 의장이 삼정전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부출신이 지닌 한계로 경영환경 변화에 맞는 발빠른 대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으로 오너경영체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등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사회 의장 자리가 여느 때보다 더 무거운 이유다.
박 전 장관은 2016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아와 이사회에서 연륜이 가강 깊다. 이 때문에 이상훈 전 의장이 노조와해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수감된 이후 후임자로 계속 거명됐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장 자리를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받아들였다. 삼성전자가 박 전 장관의 이사회 의장 선임을 삼고초려한 이유는 나머지 사내이사들은 모두 대표이사이고 사외이사 가운데에는 박 전 장관에 견줄 만한 무게감을 지닌 인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는데 기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게 되면 지배구조의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최근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향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박 전 장관이 이사회 의장에 오르면서 최근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경영진의 법 위반을 감시하고 이사회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있는 활동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와 교류도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도 의장 선임 후 언론과 통화에서 “준법감시위원회와 소통하면서 이사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 역시 준법감시위원회와 관계 정립을 중요한 과제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장관은 1955년 태어났으며 경남 마산 출신이다. 부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23회에 합격해 총무처와 감사원, 재무부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서기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에 청와대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에 이어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내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다만 박 전 장관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두고 다소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은 혐의로 2018년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현재는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삼성으로부터 89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박 전 장관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2019년 박 전 장관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될 때 해외 연기금 등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박 전 장관이 삼성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는 성균관대 교수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노조와해사건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천명했고 계열사 곳곳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삼성전자가 원만한 노사관계를 다지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