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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산업 인수전에 신세계그룹과 호반건설을 제외하고 사모펀드 4곳이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모펀드 4곳을 주목한다. 이번에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은 다른 대기업도 사모펀드와 합종연횡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당장 전면에 등장하기보다 사모펀드를 앞에 내세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그만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로서 매력적 매물이기 때문이다.
◆ 사모펀드 뒤에 대기업 숨어있나
금호산업 인수전에 사모펀드들이 총출동했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MBK파트너스, IMM이 나섰다.
그동안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호텔신라나 롯데그룹, CJ그룹, 애경그룹 등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치고 있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상대방의 핵심영역에 침범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자리잡고 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호남지역에 뿌리를 둔 마지막 그룹이라는 점도 인수전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기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그룹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롯데그룹이나 CJ그룹, 호텔신라 등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재계 일각에서 사모펀드들이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금호산업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을 놓고 이미 배후에 대기업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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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로 가격이 높은 매물을 사모펀드가 단독으로 입찰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추후 대기업들이 물밑거래를 통해 전략적 투자자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IDT 등도 가져 올 수 있다. 사실상 하나의 그룹이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단독으로 입찰하기에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모펀드가 금호산업 매각에서 단독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
금호산업 매각 준칙에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보다 회사를 인수해 키울 의사와 능력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더 우대하도록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항공사 인수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경영의사와 능력을 갖춘 전략적 투자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인수의향서를 낸 사모펀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려면 유력 인수후보군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박삼구는 사모펀드와 손을 잡을 수 있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 4곳 가운데 일부가 박 회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고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채권단이 인수의향서를 낸 6곳에 대해 박 회장에게 자금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확약서를 제출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이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수후보들의 백기사 금지조항에 대해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삼구 회장과 사모펀드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점도 박 회장과 사모펀드의 제휴 가능성을 희박하게 한다.
박삼구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 풋백옵션을 상환하지 않아 박 회장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신뢰는 낮아져 있다. 또 박 회장은 최근 금호고속의 최대주주인 IBK펀드와 갈등을 겪고 있다.
IBK펀드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IBK펀드는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금호산업 종속회사인 금호고속 경영권을 원활하게 팔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IBK펀드와 각을 세우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금호고속 사장 출신들을 우대하면서 금호고속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회장은 IBK펀드가 해임한 김성산 금호고속 사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IBK펀드에서 선임한 김대진, 박봉섭 공동대표에 맞서 금호고속 이덕연 부사장을 금호고속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금호고속 사장을 지냈던 이원태 상임고문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경영일선으로 복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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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자베즈파트너스는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당시 본입찰에 참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신생 사모펀드였던 자베즈파트너스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함께 입찰에 참가했다.
하지만 당시 자금의 일부를 매각주간사가 조달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자금확보 계획이 다소 불명확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에 넘어갔다.
MBK파트너스 역시 박 회장과 인연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KT렌탈의 전신인 금호렌터카를 2600억 원에 KT와 공동으로 인수해 금호렌터카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매각주관사는 다음 달 초까지 입찰적격자를 선정해 예비실사와 본입찰을 거쳐 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매각은 확인실사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을 거쳐 6월 안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