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현 회장도 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평양을 방문해 18일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 면담을 진행했다.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 내각부총리는 “현 회장의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화답했다.
현 회장에게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시아버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남긴 '유훈’이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무력 도발과 남한의 대북 강경책으로 사업이 하나 둘씩 중단될 때도 대북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대아산은 대북사업이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를 마지막으로 모두 중단되자 미국 탄산수 및 생수 브랜드 크리스탈가이저에서 탄산수를 수입해 팔며 버텼다.
남북관계는 4월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녹기 시작했다. 현 회장은 5월부터 ‘남북 경협사업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직접 위원장을 맡아 대북사업 재개를 대비했다.
현 회장은 8월3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측에서도 그렇게 바라고 있다”며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전력,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 등 북한 7개 사회간접자본(SOC)의 독점 사업권을 2030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된다면 현 회장은 대북사업을 주도해 현대그룹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평양 공동선언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장담하기는 이르다.
유엔(UN,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해야 한다는 선결조건도 해결돼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9월11일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서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 협상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현 회장의 금강산 관광 재개의 꿈도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 외에 대북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있느냐 하는 의문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대그룹은 2018년 5월 기준으로 15개 계열사와 자산규모 2조 원가량의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줄었다.
현대아산은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사업을 바라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두 정상의 결단에 감사하다”며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재개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로 계속해서 상황을 검토하며 준비해왔다. 조건이 갖춰지기만 한다면 바로 재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