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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선거 무공천 김한길,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3-25 15: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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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선거 무공천 김한길,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5일 합당 전 마지막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뉴시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다시 한 번 기초선거 무공천 의지를 밝혔다.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는 새정치를 보여주겠단 각오가 담겨있다. 하지만 무공천으론 지방선거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명분과 현실 사이에 놓여있는 김 대표의 고민이 커 보인다.


김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민주당이란 당명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회의다. 김 대표는 26일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내일(26일)이면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이름으로 거듭난다”며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국민께 기대를 모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진 의총에서 신당 창당에 노력한 의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계속되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거짓의 정치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쳐도 아무 거리낌 없는 거짓말 정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낡은 정치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정치,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정치, 민생 챙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치를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날의 발언은 무공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무공천을 둘러싸고 재검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대표가 마지막 회의에서 입장을 밝힌 것이다.


◆ 창당 전부터 ‘무공천 내홍’ 치르는 민주당


김 대표가 무공천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초선거를 무공천으로 끌고 갈 경우 선거 패배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로선 무공천이란 새정치의 명분을 지키자니 선거 승리라는 현실적 목표 달성이 요원해져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18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무공천 방침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이 과연 새 정치인지는 회의적”이라며 “무공천을 한다고 해서 새 정치가 달성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상임고문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공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넌지시 밝혔다. 정 상임고문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통합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데 무공천으로 대패할 가능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패배 후에 도덕적으로 승부했다는 합리화가 용납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무공천 재검토의 목소리를 냈다. 박 전 원내대표는 25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만 공천을 하지 않는 것에서 올 불이익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통합은 승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며 선거에서 이겨야 새정치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의원도 무공천 논란에 가세했다. 문 의원은 지난 24일 부산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 오찬에서 무공천으로 인해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문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초선거 무공천이 곧 탈당이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무공천이 필요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 대한 반박도 강하게 나온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의원은 무공천 재검토 요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25일 라디오를 통해 “지금 와서 무공천 방침을 뒤집는다면 국민들에게 쓰레기 취급을 당할 것”이라며 당내의 요구를 비난했다. 김 전 의원은 “합당의 명분이 무공천 약속이었고 그에 따른 불리함은 각오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한길 출구전략 모색하나


김한길 대표가 합당의 명분을 지키겠단 입장을 고수했지만 선거 실무진들로부터 무공천의 부작용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2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공천에 따른 조사들을 살펴보면 매우 불리한 결과가 예상된다”며 “기초 공천을 하지 않은데 따른 애로사항과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선거는 현실인데 현재 전망이 불리한 만큼 후보들에 대한 당의 책임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주장대로 무공천을 고수한다면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패배가 합당과 신당 창당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우려한다.


25일 열린 새정치비전위원회의 첫 공개토론회에서 이러한 주장이 전면적으로 제기됐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공천 폐지 실천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며 만약 새누리당이 거부할 경우 무공천 결정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무공천 강행 시 표가 분산돼 기초단체 선거는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도 무공천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이자 의회정치다”라며 “지구당과 기초공천제 폐지는 이 둘을 무력화할 수 있고 장차 민주주의 토대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언제 출구전략을 쓸지 그 시점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번복하기 어렵겠지만 합당이 마무리되면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고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무공천이 창당의 중심 명분인 만큼 김 대표가 창당 전까진 이를 철회하지 못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특히 안철수 위원장이 무공천 방침을 끝까지 고수하겠단 생각을 밝힌 상황에서 김 대표 독단으로 약속을 바꾸긴 어렵다.


안 위원장은 지난 24일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 창당대회에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정치의 기본이며 약속을 지키진 않는 정치는 국민을 깔보는 정치이다”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신당이 기존 정당들과 다른 노선을 가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누리당을 탓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 달라져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연 무공천에 대한 출구전략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에게 무공천 약속을 철회하면서 새누리당과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묘수가 시급하다.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실정을 부각시킨다면 무공천을 철회해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SNS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통합 신당이 박근혜 정부의 ‘반서민 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면 무공천 철회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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