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천하장사’로 유명한 식품업체 진주햄이 맥주사업에 뛰어들었다.
12일 진주햄에 따르면 진주햄은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를 11일 인수했다. 카브루는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제조회사로 레스토랑에 맥주를 공급하며 지난해 매출 42억 원을 올렸다.
박정진 진주햄 사장은 "햄과 미니소시지를 중심으로 한 진주햄이 카브루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햄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했다. 대표제품 천하장사가 중국 소시지시장에서 잘 팔렸기 때문이다.
◆ 진주햄 대력천장, 중국 소시지시장 1위
진주햄의 천하장사는 명태살로 만든 미니 소시지다. 국내 미니 소시지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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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햄 박정진 사장, 박경진 부사장 (왼쪽부터) |
국내 1위 미니 소시지 천하장사는 중국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에서 ‘대력천장(大力天將)’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천하장사는 진주햄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1등 공신이다.
진주햄은 지난 9일 "지난해 중국에서 대력천장이 총 7400만 개 팔려 중국 어육소시지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진주햄은 중국에서 ‘위생적 프리미엄 간식’으로 대력천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전략은 적중해 비싼 가격에도 판매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진주햄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을 3~6세 유아로 설정하고 안전한 고영양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게 적중했다"며 "중국제품보다 가격은 5배 정도 비싸지만 중국 엄마들이 약한 어린 자녀에게 씹어서 먹일 만큼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중국인들이 일본제품 구매를 꺼려하는 데다 한류바람이 분 것도 매출증가에 한몫 했다.
2011년 3억8천만 원 수준이었던 천하장사 매출은 3년 만인 2013년 77억 원으로 불어났다. 무려 20배나 늘어난 것이다.
진주햄은 ‘토마스와 기차들’, '뽀롱뽀롱 뽀로로', '라바'와 같은 유명 캐릭터 입힌 소시지도 중국에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진주햄은 올해 중국에서 매출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진주햄의 체질개선에 나선 두 형제
진주햄은 지난해 상당히 젊어졌다.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진주햄은 지난해 기업이미지(CI)를 변경하고 홈페이지도 깔끔하게 새단장했다. 진주햄은 2020년까지 수출 500억 원을 포함해 총 매출 3천억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수출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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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햄의 대표제품 천하장사 |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형제 박정진(41) 사장과 박경진(36) 부사장이 있다. 아버지인 박재복 회장이 2010년 작고하면서 이들은 진주햄을 물려받았다.
동생인 박 부사장이 먼저 진주햄에 합류했다. 박 부사장은 노틸러스효성과 네모파트너즈에서 근무하다 2006년 진주햄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차분히 생산과 영업, 관리업무를 익혀왔다.
형인 박 사장은 삼성증권과 시티그룹 등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다 2013년 합류했다. 형이 주로 큰 그림을 그리고 해외영업을 담당한다면 동생이 국내 마케팅, 영업, B2B 마케팅 대행을 관장한다.
형제는 2010년대부터 사업다각화로 진주햄의 체질을 개선했다. 소시지 외에도 순대, 만두, 육포 등 3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천하장사는 물론 다른 브랜드도 개발해 중국판매에 주력했다.
박정진 사장은 “핫도그, 꼬치, 순대 등 길거리 식품을 사람들이 즐기지만 위생 면에서 꺼림칙하게 여기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이런 간식거리를 깔끔하게 제품화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먹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진주햄은 브랜드 ‘밤이면 밤마다 생각나는 포차’를 만들었다. 포차 브랜드의 대표제품은 냉장순대다.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명 천하장사란 히트상품이 있기 때문에 그 후속작도 줄줄이 있을 것 같았는데 입사해 보니 1등주의에 빠져 다른 아이템은 보지 않는 분위기였다. 너무 햄이라는 틀에 갇힌 건 아닌가 싶었다.” 동생 박경진 부사장의 말이다.
형제의 노력으로 진주햄의 규모는 나날이 성장했다. 진주햄의 매출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500억 원대였다. 그러나 형제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2006년 매출이 600억 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1천억 원까지 뛰어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