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비은행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화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라이프투자유한회사 대표이사가 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오렌지라이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의 대주주는 모두 중국의 안방보험이다.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이 무리하게 사들인 해외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최근 동양생명이 지분 73%를 들고 있는 동양자산운용의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 요청서를 국내외 증권사들에 보냈다. 이와 함께 ABL글로벌자산운용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동양자산운용을 먼저 매각해 덩치를 줄인 다음에 동양생명 매각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BL생명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올해부터 꾸준히 매물로 오르내리고 있다. KB금융지주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KDB생명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여러 차례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수익성이 좋지 않고 재무건전성도 악화된 탓이다. 산업은행은 우선 KDB생명의 매각을 2020년까지 미루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6월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은 자산 31조1586억 원으로 업계 6위 규모다. ABL생명은 자산 18조4972억 원, KDB생명은 자산 18조3802억 원이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기업의 금융계열사와 비교해 생명보험사가 모두 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가 보유한 생명보험사 가운데 NH농협생명만 유일하게 업계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생명과 하나생명은 10위권 밖에 있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이 직접 생명보험분야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생명보험사가 매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생명보험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곽철승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하나금융지주와 경쟁사의 차이가 비은행 부문에서 나타나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인수합병 기회가 있다면 보험이든 증권이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정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주사체제 출범을 앞두고 인수합병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금융재보험, 우리재보험, 우리자산관리 등 비은행 계열사의 상표 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등을 시작으로 인수합병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 쪽에서는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이 매물로 오르내린다.
롯데그룹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계열사 지분을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은 6월 말 기준으로 자산이 13조2735억 원 수준이다.
MG손해보험은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유상증자로 방향을 틀었지만 유상증자가 무산되면 다시 매각이 추진될 수 있다. MG손해보험의 자산 규모는 3조 원가량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으로 들어간 뒤 보험업계의 인수합병이 속도감을 가지고 전개될 수 있다"며 "금융지주에서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을 맞추기 위해 보유한 생명보험사에 대규모 증자를 하느니 자금을 조금 더 보태 외부 보험사를 인수한 뒤 합병하는 전략이 낫지 않나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