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가 높은 성능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만 일반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외국언론의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 스마트폰업체와 기술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더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삼성전자가 1천 달러의 고가에 내놓은 갤럭시노트9는 스마트폰에서 PC처럼 여러 기능을 활용하는 소비자에 완벽하다"며 "하지만 다른 소비자들에는 가격이 다소 낮은 스마트폰이 적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갤럭시노트9는 모니터를 연결하면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기능과 6.4인치 대화면, 고성능 프로세서와 대용량 배터리 등을 집약한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사용할 생각이 없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격이 훨씬 저렴한 다른 스마트폰을 대안으로 찾을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아이폰이 고급 세단과 같다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는 우주선과 같다"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사용하지 않던 소비자들에는 비싸고 부담스런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갤럭시노트9의 성능이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별점을 보이고 있지만 애플 등 다른 업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충분한 성능을 갖춰 폭넓은 수요를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의 하드웨어 성능을 이전보다 크게 높여 내놓은 것은 상향 평준화된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갤럭시노트9로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의 성능 격차를 벌려 고성능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적극 끌어당기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9는 그 결과 현재 시장에서 최고의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다수의 고성능 부품을 탑재한 데 따른 약점도 나타나고 있다.
프로세서 등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특수 기판과 별도의 냉각 시스템이 적용됐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전체 스마트폰의 크기와 두께, 무게가 이전작보다 늘어났다.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술과 부품이 다수 적용되면 생산원가는 이전보다 크게 오르게 된다. 갤럭시노트9의 가격 경쟁력이나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갤럭시노트9를 손으로 쥐기 힘들 정도로 크고 내구성이 낮다는 단점도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S10 역시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트리플카메라 등 신기술 탑재가 예상되는 만큼 갤럭시노트9와 비슷한 장단점을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접는(폴더블) 스마트폰도 대중적 제품보다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특수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략하는 스마트폰의 성격이 짙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성능 게임과 4K급 동영상 등 특수 기능을 원하지 않는다면 갤럭시노트9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소비자에겐 지나친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에 사용되는 다양한 부품. |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술력을 인정받는 일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사업 실적과 출하량,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과를 보려면 더 폭넓은 수요를 공략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S9의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았고 갤럭시노트9도 전망이 밝지 않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고가 전략에 한계를 맞았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9가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성능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갤럭시노트9가 고가 스마트폰시장 침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도 결국 꼭 필요한 수준의 기능을 갖추고 가격대를 다소 낮춘 스마트폰에 역량을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라인업과 관련한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축 등 시장 변화에 맞춰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