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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암, 삼성증권을 '일류회사'로 만들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2-02 11: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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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을 '일류회사'로 만들까  
▲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윤용암 사장은 ‘1등 삼성 DNA’를 삼성증권에 이식할 수 있을까?

윤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삼성증권을 국내에서 압도적 1위 증권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지난달 27일 “올해는 시장이 침체되고 고객들의 투자유행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나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올해삼성증권을 반드시 증권업계 1위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그룹이 추구하는 ‘일류 삼성’에 걸맞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삼섬 금융계열사 가운데 경제주간지 포춘이 지난해 선정한 매출 500대 기업 안에 들어가는 곳은 삼성생명(458위)뿐이다.

삼성증권은 특히 다른 주요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보다도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그나마 국내 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서 1위를 달린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국내에서 1위는 고사하고 순위권 앞자리에 들지 못한다.

윤용암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에서 실적을 크게 끌어올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삼성증권 사장에 발탁됐다.

윤 사장이 올해 삼성자산운용에서 보여준 실력을 총자산이 삼성자산운용보다 50배나 많은 삼성증권에서도 발휘할지 주목된다.

◆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2014년 순이익으로 2294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013년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무려 1972.2%나 증가했다. 영업수익(매출)은 3조 원을 넘기고 영업이익도 1667억 원을 내 흑자전환했다. 삼성증권 직원들은 4년 만에 성과급도 받았다.

삼성증권은 여전히 증권업계 1위 타이틀과 거리가 멀다. 금융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순이익 2425억 원을 올려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증권은 영업수익 기준으로 따지면 KDB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도 밀린다.

  윤용암, 삼성증권을 '일류회사'로 만들까  
▲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뉴시스>
삼성증권은 지난해 5월 삼성자산운용 보유지분 65.26%를 삼성생명에 매각하면서 받은 1200억 원 규모의 영업외이익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이를 빼면 순이익 기준 5위권 아래로 밀려날 수도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 23조172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 1위와 2위인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은 물론이고 한금융투자증권보다 아래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3조5024억 원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으나 한국투자증권(3조1994억 원)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그만큼 자산운용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검증된 전문가를 데려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 윤용암, 해외투자 실패경험 걷어낸다

윤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한 뒤 해외 사모펀드(PEF)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일한 35년 가운데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주춤했던 해외사업 실적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0일 글로벌 금융재벌가문인 영국 로스차일드와 손을 잡고 1조 원 규모의 사모펀드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현재 로스차일드 삼성생명과 협력하면서 사모펀드에 참여할 기관투자자들의 의향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로스차일드와 2008년 업무제휴를 맺은 뒤 지금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로스차일드를 포함한 해외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증권은 이번 사모펀드에 1천억 원 가량을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윤 사장이 이번 사모펀드 투자를 통해 해외사업을 넓히려는 것으로 파악한다. 삼성증권은 2009년 홍콩법인을 설립해 해외투자에 나섰으나 1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2012년 현지법인 규모를 대폭 줄인 경험이 있다.

윤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상품 공급을 늘리고 기관영업(홀세일) 부문의 해외영업도 강화하겠다”며 “해외사업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9%가 넘는 자산관리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삼성증권 조직개편에서 CEO 직속으로 자산관리전략을 담당하는 투자전략센터를 신설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자산관리부문에서 164억 원의 이익을 냈다. 2010년 588억 원에 이르던 수익이 72.1%나 감소했다.

윤 사장은 2011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부사장 시절 170조 원 이상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던 경험을 살려 자산관리사업을 주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내 1위 증권회사가 되려면 삼성증권의 경영체제를 고객수익률 중심으로 바꿔 자산관리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용암, 삼성증권을 '일류회사'로 만들까  
▲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오른쪽부터 첫째)이 지난해 12월10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둘째)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 등과 함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생필품박스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 윤용암은 준비된 CEO 능력 보여줄까


윤 사장은 오래 전부터 삼성증권을 맡을 기대주 가운데 한명으로 꼽혀왔다.

그는 2005년 삼성생명 임원으로 임명된 이후 해외사업과 기관영업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았다. 윤 사장이 삼성증권 예비사장으로 일찍이 꼽혔던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순수한 수수료 수익 가운데 73.2%가 위탁매매에서 거뒀다. 기관영업의 비중은 15.2%이고 해외영업이 2.9%에 그쳤다. 해가 갈수록 위탁판매수수료의 전체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증권은 수익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윤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실을 거쳐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일했다. 2005년부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 삼성생명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3년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됐다.

윤 사장은 2013년 삼성자산운용 사장에 취임한 뒤 해외사업 부문에서 능력을 보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도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윤 사장은 기관영업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윤 사장이 취임한 2012년 12월부터 국내 기관과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늘렸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3년 11월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선정돼 12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순이익 239억 원을 거뒀다. 삼성자산운용은 2013년 순이익 240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세분기 만에 같은 수준의 순이익을 거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관리자산이 130조 원에 이르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윤 사장은 삼성그룹의 주요 금융계열사를 거치면서 금융업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웠다”며 “내부에서도 윤 사장이 삼성증권의 수익기반을 안정화하고 1위 증권사가 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증권의 몸집 차이를 고려하면 윤 사장의 능력 검증은 이제부터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총자산 23조 원이 넘는다. 삼성자산운용 총자산의 50배가 넘는 수준이다.

윤 사장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흔들린 삼성증권의 조직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약 570명의 직원을 줄이고 영업점 23개를 통폐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이후 직원들이 지닌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윤 사장의 경영능력이 올해부터 확실하게 시험대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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