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대거 매입한 금호산업 지분을 일부 팔아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이며 금호산업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최근 돌연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호반건설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것처럼 금호산업 지분 취득이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매각 전 금호산업 주가상승을 막아 박 회장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 박삼구 회장의 우호세력인가
26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금호산업 주식 34만8천 주를 매도했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6.16%에서 4.85%로 감소했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수도 204만8천 주에서 170만 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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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호반건설이 지난해 금호산업 지분 6.16%를 취득하자 시장에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호세력이라는 해석부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해석이 분분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투자 단계를 지나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반건설은 최근 막이 오른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 지분매각으로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설은 가라앉는 분위기다.
대신 금호산업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박삼구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이에 이전부터 합의가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박 회장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호산업 주가 상승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호반건설이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주가는 호반건설의 매도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2일 2만3150원이었는데 26일 2거래일째 하락해 2만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여전히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남아
하지만 여전히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호산업 주가가 최근 한 달 사이에 25% 상승하자 차익을 실현해 채권단이 내놓는 금호산업 지분을 매수하려 하려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57.5%를 통째로 매각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앞으로 인수전에 있어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셈이다.
김상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을 꾸준히 내다 팔아 차익을 실현한다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려면 6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호반건설의 현금 동원능력은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말 단순 투자일까
호반건설이 애초 강조해온 대로 단순투자에 따른 차익실현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호반건설은 이번 매도를 통해 81억3천만 원을 회수하게 됐다. 지난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쓴 돈은 약 254억 원이다.
아직 호반건설이 팔지 않은 금호산업 지분을 26일 종가 2만55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350억 원에 이른다. 254억 원을 들여 430억 원 정도를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경우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건설회사가 장기적 투자가 아닌 단기매매를 한 것이라면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주가가 크게 오른 게 호반건설이 지분을 인수한 이후부터였다”며 “주가를 올린 뒤 갑자기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면 주택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